명성황후 108주년 원혼굿에서 일어난 일 (2003. 10. 8. 여주 황후 생가에서)

 요즘 내가 머물고 있는 전북 전주(사무실)에서 몸이 고단하여 쉬려다가 “아니다, 조선황실의 뿌리, 황손이 참여를 해야 뜻이 있고 전통문화에 깊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모 되시는 명성황후께 나라를 보호해 달라는 애원을 그 혼에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에 전주에서 경기도 여주까지 천리길을 단숨에 나의 아끼는 디젤 짚차로 올라왔다.
원혼제 식은 늦어서 참여하지 못하고 바쁜 김에 도시락 한 개를 걸치고 오후 1시부터 시작하는 정릉 무속인 신명기(남편 조성재) 명성황후 숭모회 회장이 행하는 원혼굿에 참여하여 한복으로 단장하고 자리를 잡은 다음 조모님 명성황후의 혼을 맞으려고 애를 쓰던 차에 마지막 거리 순서인 죽은 돼지(약 2~300Kg)를 쇠창에 꽂아 세우는 의식에서 박수무당(함경도 사람들)이 세우려 노력하다 안되자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놀라 일어나 두루마기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두 손을 모으고 돼지에게 아니 보이지 않는 신에게 빌었다.
앞날에 이 나라, 나 자신에게 돌아올 모든 것을 잘 보살펴달라는 염원을 빌고 또 빌었다.
 5분쯤 지나 신명기 보살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술렁대는 가운데 죽은 돼지를 창에 꽂아 세우고 기도를 드렸다.

  아니! 이게 웬일? 정말 정신을 못차릴 정도의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무거운 죽은 돼지의 몸이 땅에 섰던 것이다.
 청중들과 나는 두손을 들고 소리쳤다. “야! 됐다, 섰다. 이루어주셨다.” 사람들도 소리! “야, 저 박수무당이 할 때는 안 섰다가 황손이 참여하여 기도하니 돼지가 섰다.” 기사거리, TV 얘기거리였다.

 또 용기와 믿음이 샘솟았다. 세상 일 열심히 빌고 기도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고 또 자신감을 가졌다.
 황손은 마음이 여리다. 약한 것은 아니다
. 현실과 상황을 대처하는 것이 모자라고 힘에 겨워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길 뿐이다.

 인간은 소우주라 했다. 소우주를 관리하는 대우주가 나를 받들 때 세상의 모든 일과 생각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힘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경기도 여주를 문화관광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정문화원장의 계획도 고마웠다.
 정릉에 있는 명성황후가 사시던 감고당 건물을 헐어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생가 근처에 건축한다고 키가 큰 미술가 한 분이 힘있게 얘기해 준다. 그 부인도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자판기에서 뽑아다 주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정말 기쁜 날, 고마운 날이었다. 오늘도 좋은 일, 기쁜 일이 많았으니 잠이 잘 올 것이다.
 신명기(조성재 남편) 무속인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고 정원장의 배웅에 감사해 하며 여주를 등지고 종로의 무교동쪽으로 강을 건너려 한다.

 안녕히 가시고 모두 잘 주무시기를 바란다.
 P.S. 우리 [황보련] 회원들도 동참했으면 좋았을 것을……. 2003. 10. 8. 저녁 7시 내일이 보름인지 달이 무척 밝게 보이는 밤               皇孫 李 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