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문화재단
 
제목  고려인 ‘임종구 애국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  
작성일  2015-12-03 15:57:20 조회수  1962


고려인 임종구 애국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임종구는 원래 사할린 동포였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고려인 강제 이주 60주년 행사를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직전이었다.

처음으로 러시아를 가면서 혹시 고려인 동포를 만나면 준다고 생각하고서, 당시 출간되어 나온 책인 신흥무관학교몇 권을 들고 갔었다. 그 중 한 권을 임종구에게 선물로 주고 헤어졌다. 그리고는 귀국하여 학생들 교육에 바쁜 시간을 보내며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해에 임종구가 느닷없이 한국에 왔다면서, 서울교육대학교로 나를 찾아 왔다. 그리고는 책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한 두 권도 아니고 가능한 한 많이 달라고 했다. 그는 특히 책에 수록된 안중근 의사 얘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면서, 자기는 처음으로 안중근 의사 역사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임종구가 갖고 온 책에는 곳곳에 밑줄을 긋고, 몇 번씩 열성껏 읽은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활동한 곳이 러시아 연해주이며, 일본의 침략 수괴인 이등박문을 응징 처단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떠난 출발지가 블라디보스토크인 줄은 전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자세였다.

임종구는 그 후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갔는데, 러시아인의 통역을 해준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 때마다 책을 많이 구해 달라고 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고 갔다. 그 까닭은 한국역사를 전혀 모르는 고려인들을 깨우쳐 주어야 하겠고, 여러 사람들을 설득하여 안중근 의사 기념비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올 때마다의 자세가 안중근 역사찾기에 미친 사람과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러시아에서 어떻게 활동하는가는 한국땅에서 알 길이 없었다. 다만 고려인들을 계몽하는 일은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계속 책을 마련해줬다.

그렇게 약 1년여인가의 시간이 흐른 뒤에 국제전화로 말하길, 블라디보스토크에 기념비를 드디어 세웠다는 흥분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얼마 후에 낙담한 전화가 다시 걸리어 오길, 그 비석을 러시아 당국에서 부숴버렸다는 안타까운 얘기였다.

그리고는 같은 일이 또 반복되었다. 나는 당시 젊은 대학 교수 신분으로서 용돈의 많은 부분이 계속하여 이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한다며 기쁘게 생각은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비석도 무참하게 부숴버렸다는 얘기를 다시 듣고는 너무나 서운했다. 러시아가 도대체 그럴 수 있는가?

러시아에게는 러일전쟁의 적이 일본이다. 더구나 당시 명성황후는 친러정책을 펴다가 일제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광무황제는 아관파천까지 단행하며 친러정책을 폈고, 러시아로 망명을 떠나다가 왜적에게 독살을 당하신 것이다. 그런데도 역사상의 동맹국인 한국의 독립운동가 안중근비석에 대해 이런 옹졸한 작태를 보일 수 있는가하는 분노의 마음도 생겼다.

그런데도 임종구는 더욱 분발하며 세 번째 도전을 했다. 그리하여 세 번째 기념비석을 드디어 블라디보스토크의 동양의학대학 구내에 세웠다. 그리고는 한국을 방문하면서 사진을 찍어 갖고 와 전달하며 말하길, 내가 듣기 좋으라고 안교수가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인 비석이 러시아에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도 러시아인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서, 안중근 의사도 의사고 동양의대 졸업생도 의사니까 철저히 보호하라고 당부를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죽 어려웠으면 이런 어이없는 생각까지 궁리해 냈을 것인가? 그는 그 후 곧 사할린 귀국 동포에 선정되어 인천에 정착을 했으나, 몇 년도 되지 않아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미친 듯 활약하며 세운 기념비는, 연해주 고려인의 자부심을 말하는 자랑스러운 명물 관광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둘 왜국 일본인가? 2012년에 APEC 정상회의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며, 일본의 뒷 공작으로 인해 슬며시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수소문하며 알아보니까, 러시아 당국에서 창고에다 옮겨 버렸다는 얘기였다. 항일애국 기념비가 왜국의 비위를 맞추며 창고에 연금 당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여론이 비등하며, 고려인들이 비석을 다시 찾아다 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는 연해주 고려인 사회의 중심지인 우스리스크 고려인문화센타 마당에 당당하게 세워져 있다. 드디어 기념비가 설 최적지를 찾은 것이다.

 

임종구가 세운 비석의 역사는 흡사 현대판 독립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힘든 여정이었다. 임종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노력하며 만들어 놓은 비석은 너무나 의미가 크다.

첫째로 안중근 의사를 처음으로 고려인 사회에 널리 알리게 되었고, 둘째로 임종구 같은 열혈 애국지사가 있어 자발적으로 세워질 수 있었으며, 셋째로 현대판 항일전쟁의 차원에서 많은 고려인과 한국인이 도우며 건립되었다.

또한 넷째로 이 시대에 다시금 연해주 지역이 항일전쟁의 발상지로 알려지며 연해주의 위상을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다섯째로 러시아 고려인들이 최고의 애국지사 인맥임을 부각시키게 되었고, 여섯째로 러시아에 고려인과 코리아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주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일곱째로 연해주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에게 주요한 역사 관광 자료를 제공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여덟째로는 장기적으로 한국 관광객이 연해주를 많이 찾는 촉진 매체가 되었고, 아홉째로 한러 친선외교의 초석이 되었다.

 

긴 시간에 걸쳐 임종구 애국자가 노력해 탄생한 비석을 보면서, 안중근 의사는 물론이고 많은 동포들이 민족애를 다시금 되새기며 웃음 짓게 되었다. 그가 세운 비석은 당장 새로 세운 낯선 비석과는 다르다. 그의 긴 노력이 덧붙여져, 흡사 옛 고고학 자료로서의 역사적 기념물을 대하는 느낌이다.

 

그의 활약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다. 그렇지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애국자로서 훈장이 주어져야 할 일이지만 거의 잊히어져 있다. 단지 안중근 의사와 병원 의사를 착각한, 한심한 사람이란 비아냥조의 말만 떠돌았다.

하지만 유명을 달리한 임종구의 열혈 충정을 많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누가 삭풍이 부는 연해주 땅에서 사라진 역사를 다시 찾겠다고, 온 몸을 던져 역사 찾기를 쉽사리 하겠는가?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겠다고, 항일독립운동의 길에 나섰던 고려인 조상들의 단호한 기백이 있어서 가능한 위업이 아니겠는가? 임종구 애국자를 높게 기리며 큰 박수를 보낸다.

 

* 필자: 안천(서울교육대학교 한국학교육연구원장)

* 출처: 최재형 기념 장학회 뉴스레터, 2015. 11. 

 



* 원문출처 : /king/default/bbs/view.php?&bbs_id=board30&doc_num=55



1/3, 총 게시물 : 50
번호 제 목 작성자 올린날짜 다운 조회수
고려인 ‘임종구 애국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관리자 2015-12-03 0 1963
49 안천칼럼44 " 일월오악도의 현대적 승화 " 관리자 2015-10-16 0 1003
48 안천칼럼43 "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이석 황손 " -광복절 70주년 특별칼럼- 관리자 2015-07-01 0 1583
47 안천칼럼 42 " 경희궁 파괴와 일제 지하체신부 방공호 " 관리자 2015-05-24 0 1479
46 이우 황손 ‘묵언공백 신도비’ 침묵선언문 관리자 2015-05-06 0 2678
45 안천칼럼41 " 서울대학교 초대총장 최규동과 정당한 사료검증 " 관리자 2015-04-02 0 1492
44 의왕 전하의 경악할 죽음과 북촌 관광지 관리자 2015-03-27 0 1204
43 [안천의 역사 돋보기] 명성황후 암살 전모 '최초 공개' 관리자 2014-05-28 0 2564
42 안천칼럼을 40회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관리자 2013-04-08 0 595
41 안천칼럼40 " 국제연합(UN) 본부는 DMZ가 최적장소이다." 관리자 2013-04-08 0 1582
40 안천칼럼39 "세계 제1공용어-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맞다." 관리자 2013-04-08 0 2261
39 안천칼럼38 "하늘이 내려주신 국방부장관, 김관진" 관리자 2013-04-08 0 1223
38 안천칼럼37 "최고의 제2인자, 김황식 국무총리" 관리자 2013-04-06 0 1125
37 안천칼럼36 "성균관대학교의 빛나는 대약진" 관리자 2013-03-23 0 1165
36 안천칼럼35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박정희뿐이다." 관리자 2013-03-18 0 1629
35 안천칼럼34 "5.16은 혁명이다." 관리자 2013-03-18 0 761
34 안천칼럼33 「김종훈」을 다시 불러야 한다. 관리자 2013-03-15 0 1300
33 안천칼럼32 "한국 제1호 목사 ‘서경조’ " 관리자 2013-03-12 0 2097
32 안천칼럼31 "한국 제1호 교회 ‘새문안교회" 관리자 2013-03-12 0 1199
31 안천칼럼30 "박준영 대망론과 상쾌한 안철수 돌풍" -국민 대통합의 열쇠고리, 임금님- 관리자 2013-02-28 0 2072
1 | 2 | 3 | [다음] [마지막]
이름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