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본 영화 마이웨이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그간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렇게 큰 감동을 받은 지가 꽤 오래되었고, 심지어는 영화를 본 것이 후회되고 분노를 느끼는 영화까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두 번이나 보게 되었다.

지난 연말에 ‘마이웨이’를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벤허, 지바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수준의 역사적인 영화가 탄생되었다는 기쁨으로 극장문을 나섰다. 그런데 저녁 뉴스 시간에 이 영화가 돈은 많이 썼으나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아쉽다는 뉴스가 나와 의아스러웠다. 물론 2백만명의 관객이 몰렸으나, 작품제작에 바친 노력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생각하면 우리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영화로서 ‘서편제’가 주목을 받았으나, 관객은 백만에 육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모으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영화산업의 수준을 높인 강제규 감독이, 호화 배우에 거금을 쏟아 부으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에 비해 2백만 관객은 저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사회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한 몇 몇 작품은, 영화 자체 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해서 관객을 모았고 관객들에게 큰 실망을 준 것이었다. 그래서 건전한 관객을 오히려 극장에서 멀어지게 한 잘못된 것이었다. 온갖 욕설에다 저질스런 내용의 영화로 사실상 관객을 모독하고 영화산업을 나락의 길로 이끈 것이었다. 이런 영화가 연이으며 청소년, 어린이들을 오도시켜 욕설이나 하며 잘못되게 이끈 영화감독들이, 관객을 속이며 돈을 번 경우가 결코 오래 이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 너무나 큰 감동으로 보았고, 작년을 기분좋게 마칠 수 있게 한 마이웨이 영화를 신년초에 다시 한번 더 보기로 했다. 2년에 걸쳐 두 번을 보는 것이 되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보았으나 내 판단은 정확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이웨이는 정말 잘된 명작 영화가 분명했다. 두 번째 보아도 감동은 계속 되었다.

그렇다면 왜 관객이 적은가? 그것은 우리사회가 아직 최고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준에 오르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은 흡사 전설의 김일성 장군이라는 김광서 장군의 생애를 연상시킨다. 암울한 일제강점 때에 성장기를 보내고 일본육사를 나온 탁월한 청년장교가 만주땅으로 탈주하여 신흥무관학교 교관이 되었다. 그리고 청산리전투 이후에 만주벌 곳곳을 누비는 백마를 탄 전설의 장군으로 종횡무진 하다가 혹한의 흑룡강을 건너 러시아 우스리스크로 망명했고, 다시 제 2차 세계대전 때는 러시아에서 강제로 임명한 범죄사단의 사단장이 되어 독일군과 혈전을 벌이다 생애를 마친 김광서 장군 같은 큰 그림을 요즘의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것인가?

특히 꼬이고 잘못된 시각으로 의외의 영화만을 의도적으로 흥행시킨다는 요즘의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생각하며 쓴 웃음이 나올 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스스로의 수준높은 판단력이 없다. 판단력의 마이웨이가 없다. 도대체 아무 판단력도 없이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차원의 판단에 의존하는 사회니까, 온 세계가 놀라게 청소년들이 노스페이스 옷이나 걸치는 광풍이 부는 것이다.

일제침략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잃어버려진 눈을 다시 찾아야 한다. 마이웨이 생활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옛 일제강점기 그대로 사는 추친일 사회에 있다. 너무나 많은 것이 판단력 결핍 상태에서 하릴없이 남의 뜻에 따른다.

왜 우리사회에서 임금님이 사라지고 대통령이 나왔는가와 같은 큰 생각은 커녕,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도 없이 무작정 휩쓸리며 사는 사회 그대로이다. 그러니까 온 세계에서 노스페이스 열풍이 부는 우리사회를 속으로는 경멸하는 것이다. 노스페이스 옷을 입고 철학도 생각도 없이 겉도는 것이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가운데 다수는 내 인생 내 판단이 없는 유아웨이 인생들이다. 일본 침략자들이 만든 그대로 살며 임금님을 잃은 까닭을 고민해 본 적도 드물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서도 무감각하게 무작정 산다.

마이웨이는 어둠의 시대를 마라톤 독립운동을 하면서 열정으로 살다 사라진 마라토너 김준식을 이해해야 참 모습이 보인다. 아니 손기정에게 당한 아픔을 누른 쾌거라고 일본선수를 자랑하며 호들갑을 떨던 일본사회에다, 자신은 결코 자랑스럽지 않고 오히려 조선인 김준식을 존경한다고 단호히 말한 일본 마라토너의 진심을 알아야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영화를 보지도 않고서, 얕은 선입견으로, 인터넷을 지배하는 낮은 비평에 일희일비할 것인가? 노스페이스 옷을 걸치고 소문에 떠도는 해외명품에나 휩쓸리며 인터넷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영화 평론가가 되고 격렬한 토론을 심도있게 나누는 문화가 아쉽다. 우리사회도 세계무대에 나갈 영화를 만드는 사려깊은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 너무나 잘된 거작 영화가 나왔으나, 유아웨이 사회에서 마이웨이를 외치는 감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위대한 감독을 알아주는 위대한 관객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