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칼럼1

'용비어천'의 새날이 밝았습니다. <임진년 신년사>

태조 이성계 장군께서 황건적, 왜구의 침탈로 누란의 위기에 처했던 나라를 구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1392년 이후 어언 620년이 지났다.

일제 침략의 잔혹한 강점시대를 극복하면서, 1910년의 경술국치 악몽을 떨쳐내고 미완성 항일전쟁을 완성하려는 황실복원의 꿈을 꾸면서도 또 하나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나라를 왜적에게 겁탈 당했던 때로부터 102년째가 되었고, 임금님을 다시 모셔 신시대의 문을 열려는 움직임도 어느덧 20여 성상을 확실히 넘기게 되었다.

금년은 우리의 마지막 연호였던 융희(순종) 임금님 때로부터 기산점을 잡으면 융희 106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일제침략자들과 친일 매국노들은 우리의 임금님 황통이 끊겼다고 했으나, 대한 황실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항일애국 선열들은 결코 그것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우리의 임금님은 단연코 사라지거나 끊긴 적이 없으며,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항일전쟁 잠룡(潛龍)으로 계셨을 뿐이다.

100여년 이상을 왜적침탈의 악몽이 우리들의 뇌리를 짓누르고 있다. 너무도 긴 시간에 걸쳐 우리의 임금님은 어둠 속에 갇혀 계셨다. 더구나 정통 항일독립운동가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많은 시간을 일제강점에 찌든 추친일 악령이 우리를 지배해 왔다. 새시대는 왔으되 추친일배의 무단횡포는 계속되었다.

빼앗긴 들판에도 봄이 오길 간절히 바랐던 항일애국의 초심은 나날이 변질되었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면서 독립된 자주강국을 염원했던 정통 애국자들의 충심은 외면되었고, 사리사욕에 탐닉하는 무도한 탁류가 넘쳐흘렀다. 되찾은 들판에는 낙원이 아니라 침략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증 전염병이 만연되었다.

생각하면 현대 황실복원운동의 횃불은 항일전쟁시대 보다도 더욱 어려운 간난의 가시밭길에서 피어올랐다. 그 횃불을 사랑하는 독실한 현대 애국자들에 의해서, 비바람 눈보라를 이겨내며 어렵게 어렵게 피어올랐다. 다만 밤이 깊을수록 어둠을 밝히는 불빛은 보다 찬란한 광휘를 드러내며 나날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2012년은 침략 천황에게 항일성전을 선포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이후 103년이 되는 해이다. 선전포고를 한 그것은 햇수로는 1909년이며, 융희 3년에 해당하는 때였다. 최고 항일사령관이신 광무(고종) 황제의 뜻을 받들어 안중근 의사가 침략원흉 이등박문을 응징 사살한 쾌거는, 온 세계에 우리 민족과 나라의 성스러운 자주 자존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정통 충신 독립운동가들은 나라와 나랏님을 위해 거룩한 살신성인의 길을 갔다. 그 드높은 뜻을 오늘에 되살린다면 임금님은 당연히 존엄하게 다시 모셔져야만 한다. 경복궁은 관광놀이터가 아니다. 온 나라의 존엄한 중심점이어야 한다. 종묘와 사직은 온 겨레의 얼이 모이는 구심점이어야 한다.

빼앗겼던 들판에도 봄이 오고 오곡이 영글어야 한다. 되찾은 들판에서 빼앗긴 마음으로 오늘도 덧없이 세월을 보내는 후손들을 꾸짖는 태조 고황제의 피눈물도 그쳐야만 한다. 아 우리는 그 언제부터 용비어천(龍飛御天)의 뜻을 망각한 나라가 되었는가? 용비어천의 상서로운 꿈이 피어오르는 임진년, 서룡(瑞龍)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힘찬 기지개를 펴며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 확실히 기다려진다.

용비어천 그것은 쉽게 말해 등룡(登龍)을 뜻하는 것이다. 임금님이 거룩하게 모셔지는 것을 뜻한다. 용비어천의 자랑스러운 노래가 온 누리에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날이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찾아온 흑룡(黑龍)의 해 새날을 맞아서, 만주벌을 휘감아 흐르는 흑룡강 물줄기 같이 도도히 흐르는 용비어천가 합창이 울려 퍼지길 염원한다. 용비어천 교향곡이 천지를 진동하는 감격을 생각하며 가슴이 뛴다.

「기나긴 잠에서 깬 잠룡의 포효를 생각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