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 거문고의 비밀 역사

공민왕은 조선 개국집단(開國集團)이 가장 존경하던 임금님이시다. 조선개국 지도자들이 진심으로 흠모하고 받들던 임금님이 분명하다. 태조, 정종, 태종, 세종 임금님 시대에 세워진 종묘에는, 가장 맨 앞에 존경스런 어른으로 공민왕을 정중하게 모시고 있다. 종묘에 들어서면 즉시 공민왕 신당(神堂)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것은 조선시대가 공민왕을 이으며 공민왕의 뜻에 따라서 세워진 나라와 같다는 것을 강력히 표명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태조 이성계 장군은 공민왕이 신임하며 키워준 인물이 분명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그를 알아주는 큰 인물을 만나야 한다. 예컨대 세계적인 축구선수 박지성,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을 만나기 전에는 거의 이름 없이 숨겨진 무명선수였었다. 공민왕 신당은 후손들에게 배은망덕을 경계하라는 훈계와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서 국보 제49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유명한, 충청남도 덕숭산 수덕사 박물관에는 약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공민왕 거문고가 보관되어 있다. 길이 164㎝에 폭은 20㎝로, 1984년에 문화재자료 제192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평가하면 최고의 역사성을 가진 대단한 국보이다.

옛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서, 새부리 모양을 한 바다거북 이름에서 유래된 대모(玳瑁)를 대고 있는 유일한 것이며, 품위 있는 향낭까지 달린 최고품격의 거문고이다. 대모는 거문고 머리 부분을 보호하고 잡음을 막는 것으로 거북이 등가죽 말린 것을 말하는데, 예전에는 갓끈이나 안경테 장식용 등으로 귀하게 썼지만 요즘에는 그것을 구하기도 어렵고 기술도 바뀌어 이 거문고가 유일한 것이다.

그런데 수덕사에 그 엄청난 거문고가 가게 된 사연이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덕사에 가기 전에 의왕이 사동궁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의왕은 아무리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대한황실이라지만 광무황제의 작은 아들이요, 융희황제의 바로 아랫 동생이다. 나름대로의 당당한 위상을 가진 드높은 분이었기에, 그 거문고가 사동궁에 있었다고 하겠다. 그것은 공민왕에서 태조, 정종, 태종, 세종으로 이어진 국권의 흐름을 강력하게 나타낸다고도 해석되며, 의왕의 정치사적 중요성을 뜻한다고도 하겠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공민왕 거문고는 대학자인 길재를 거쳐 조선왕실의 보물로 이어졌다. 그것은 한때 조선후기 서화가이며 최고의 수집가였던 이조묵에게 전해져, 이 거문고가 공민왕이 신령스런 오동(神桐) 나무를 얻어서 만들었다는 그의 글이 새겨져 있고, 훗날 만공스님의 친필 게송도 새겨져 있다. 이 거문고는 대원군을 거쳐 명성황후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고, 명성황후 시해 때에 피범벅이 되어 옆에 있었다는 역사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현재로서 공민왕 거문고가 수덕사에 가게 된 사연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공민왕 거문고가 어떻게 해서 수덕사에 가게 되었는가는 일반인의 상상을 불허한다. 그것은 거대한 대한황실 독립운동의 차원에서 해석이 되어야 하겠다.

수덕사에 그 거문고가 간 사연은 의왕과 만공스님의 깊은 관련성에서 비롯된다. 원래 궁궐의 물건은 외부반출이 금지되어 있었다. 의왕은 그래서 하수도 구멍으로 그것을 만공스님에게 넘겨주어 수덕사로 갔다고 전한다. 대문으로 못나가는 법이라면 다른 문으로 나간다는 의왕다운 호탕함의 표현일 수도 있었다. 그것은 살아서 이미 해탈의 경지에 오른 두 인물이 죽마고우가 되어 다닐 때라 크게 의심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반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토록 중요한 거문고가 수덕사로 간 까닭 그것은 독립운동을 하던 의왕의 입장에서만 이해가 된다.

의왕은 당시 유명한 거문고 스승을 수덕사에 확실하게 모시고서, 가까운 벗에 해당하는 만공스님과 함께 거문고를 배웠다고 한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이 거문고 학습이었다. 의왕은 한 동안 부지런히 수덕사에 드나들면서 실제로 거문고 타기에도 열중했었다고 한다.

생각건대, 의왕은 생애 전체를 미친 듯이 독립전쟁을 편 열혈 애국자였었다. 거창에서 의병을 조직하였고, 또 천도교 주도로 3․1만세항쟁을 펼 때에도 겉으로는 손병희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숨은 최고 지도자였다. 그 후 동지들과 망명을 떠났다가 압록강 건너에서 체포되어 압송되었다.

철저히 창살없는 감옥에서 살듯이 감시와 미행을 당했던 의왕은, 사동궁에 기생을 불러 풍악을 울리며 위장하고, 항일자금을 전달하고 독립운동을 지휘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의왕은 일제경찰에 의해 사실상 연금상태가 되었고, 다시금 망명계획을 세우다가 일본에 강제 구인되기도 했다. 겉보기로는 수없이 술집을 전전하고 방랑도 했다. 훗날 일본인들이 난봉꾼 술주정뱅이라고 소문을 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러한 와중에 만공스님과 친구가 되어서 거문고 타기에 열중했다는 것은, 만공스님과 의왕이 절친한 술친구로 위장하고 수덕사에서 새로운 항일전쟁을 도모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완벽하게 위장연극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의왕은 공민왕 거문고를 겉에 내세우며 몰래 독립운동을 하다가 별안간 붙잡혀 가게 되었고, 그래서 거문고가 수덕사에 보관되게 된 것이다.

항간에 일설로 전해지는 얘기로는 의왕과 만공스님의 깊은 우정에 따른 정표로 거문고를 주었다는데, 그 얘기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의왕과 만공스님을 단순하게 겉보기로 보아 오직 술친구라고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마고우로 위장한 두 술친구 독립운동가의 감춰진 비밀 독립운동이었다. 그것을 파악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일제 순사들의 압송 이후, 위대한 항일애국자 의왕이 별안간 수덕사를 못 가게 된 비밀은 이제 숨겨진 역사가 되었다. 아니 아무도 거기 까지는 깊은 생각을 않는 듯이 되었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아는 스님들도 모두 작고하고 거문고만 수덕사에 남았다.

의왕이 다시 올 수 없다는 절망적 소식을 접하고서, 수덕사 스님들은 황실 물건인 공민왕 거문고를 감히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존재로 깍듯이 정성껏 모셨다. 깊은 산 속의 정혜사 다락에 깊숙이 넣어 철저히 숨기며 보관했었는데, 그 거문고는 이제 수덕사 박물관에 보관된 최고의 보물이 되었다.

전해지는 얘기에 의하면, 만공스님은 거문고를 즐겨 타거나 잘 다룬 것도 아니고 보관하고만 계셨다고 한다. 아니 그 거룩한 물건을 감히 스스로 다룰 불손한 인물이 아니었다. 거의 거문고를 모르는 스님이지만 항일전쟁 좌절에 분노하고 한탄하면서, 존경하는 의왕이 맡긴 귀중한 보물이기에 철저히 간수했을 뿐이다.

1998년이 되어서야 수덕사 박물관에서 공개된 그것은, 수덕사에서 대한황실 항일전쟁의 웅지를 설계하던 두 거물 독립운동가의 꿈을 품은 증거물로서, 어즈버 위대한 두 인걸은 사라지고 수덕사에 거문고만 남아서 옛 추억을 서글피 말해주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두 죽마고우가 거문고를 타던 ‘소림초당’이나 산중의 작은 암자인 ‘정혜사’는, 깊은 산 속의 독립운동기지가 아니라 수덕사의 부속건물로만 알려지게 되었다.

「언젠가 주인이 꼭 다시 찾으러 올 것을 믿고 철저히 보관되었던 희대의 국보! 그 거문고는 대한황실의 역사적 정당성을 말하는, 대한황실이 펼친 처절한 항일 독립전쟁의 생생한 증거물이다. 거문고의 주인이신 대한황실이 부활될 때를 간절히 기다리는 상징물이다. 항일기지 수덕사를 확실히 신임하고 맡긴 대한황실의 신표이다.」

「수덕사에서 민족최고의 자랑스러운 성물을, 극진한 마음으로 애지중지 보살핀 갸륵한 애국심에 박수와 칭찬을 보낸다. 대한황실은 오늘도 항일비밀기지 수덕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