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모 교수 '덕수궁'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덕수궁은 아관파천, 을사늑약 같은 굵직한 사건의 배경으로, 근대사의 중심부에 있었던 곳이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최근 출간한 '덕수궁'(동녘)에서 덕수궁 내 전각이 지닌 역사를 살피면서 고종황제의 의지가 도시와 건축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다뤘다.

   덕수궁의 옛 이름은 경운궁(慶運宮)이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있은 이듬해 고종황제는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 직후 경운궁을 수리해 본궁으로 삼았다.

   저자는 아관파천(俄館播遷)에서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고종이 경운궁의 수리를 명했다는 점을 들어 아관파천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아관파천 이후의 계획이 이미 준비되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경복궁에서 경운궁으로 옮긴 이유를 저자는 2가지로 해석했다.

   우선 막강한 국력을 가진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외국 공사관이 많이 있는 정동을 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운궁은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머물면서 조선을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은 궁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고종황제는 대한제국 출범과 함께 국가적 의식을 행하는 정전으로 중화전을 건설했다. 또 개명한 근대국가의 상징으로 석조전 등 서양식 건축물을 많이 세웠다.

   중화전은 1902년 9월 완공했으나 1904년 4월 함녕전에서 발화된 경운궁 대화재로 소실되는 곡절도 겪었다. 이 화재로 선조 이후 원형을 보존해 오던 준명전과 석어당, 즉조당을 비롯해 함녕전, 중화전 등 전각이 모두 불에 탔다.

   덕수궁은 일제강점기에 공원으로 활용되면서 많은 전각이 사라졌고 궁역은 축소됐다. 고종황제의 처소이자 집무실이었던 석조전은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광복 이후에도 덕수궁의 수난은 끊이지 않았다. 태평로를 확장하면서 정문인 대한문은 궁궐과 동떨어져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궁궐 모습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발상 때문에 궁궐 담이 철거되고 투시형 담이 설치되기도 했고 스케이트장이 있는 공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저자는 "대한제국 시대 역사의 중심이었던 덕수궁은 일본에 의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면서 "덕수궁이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지어졌고 그곳에서 고종황제가 근대국가 건설을 위해 절치부심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해방 후에도 도심 공원과 미술관 용도로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책에서 독일공사관 부지를 매입해 경운궁을 남쪽으로 확장하면서 경운궁과 언덕 위의 공사관 부지를 이어주는 구름다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은 흔적만 남은 구름다리의 사진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밖에도 많은 희귀 사진 및 도면 자료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