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원더풀!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아요. 전통을 지키려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14일, 전주한옥마을에서는 조선 건립 621돌과 대한제국 선포 115주년을 기념해 ‘제3회 전주 경기전 잔치’가 열렸다. 이 날 우연치않게 이곳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 라이스(58)씨는 조선시대의 왕의 행렬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연신 신기한 듯 플래시를 터트렸다.

왕의 행렬은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객과 시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행사는 왕조 발상 터전을 의미하는 ‘경기전(京畿田)’에 대한 역사를 알리는 한편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조선건립 621돌과 대한제국 선포 115주년을 기념해 10월 12~14일까지 ‘제3회 전주 경기전 잔치’가 전주한옥마을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왕조 발상 터전을 의미하는 ‘경기전(京畿田)’에 대한 역사를 알리는 한편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경기전 큰잔치는 조선의 건립과 고종 황제의 대한제국 선포일을 기념하고, ‘대한황실의 재건’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매년 10월 12일을 기점으로 사흘간 열리고 있다. 축제 관계자는 “한옥마을 입구에 위치한 경기전은 시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들이 한번쯤 방문하는 명소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 국민적으로 조선왕실의 발상지인 전주의 역사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한 곳으로, 태종 10년인 1410년 창건됐다. 사적 제339호로 지정된 경내에는 보물 제931호인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를 모신 본전과 전주 이 씨의 시조인 이한공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 조선의 여러 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예종의 탯줄을 묻은 태실 등의 유적이 있다.

‘경기(京畿)’는 임금이 있는, 국가의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궁궐 둘레 500리 내의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궁궐을 외적으로부터 방어하고 물자를 조달하며 궁궐 내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는 ‘경기전’은 왕조 발상 터전의 의미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경기전 큰잔치는 조선의 건립과 고종황제의 대한제국 선포일을 기념하고, ‘대한황실의 재건’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매년 10월 12일을 기점으로 사흘간 열린다.

전주 경기전 어진박물관에 봉안 중인 태조 어진은 현존하는 유일본으로 1872년 제작됐지만 시기와 관계없이 조선 초기 태조 어진의 원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6월 국보로 승격됐다. 태조 어진의 가치를 인정받은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는 이제 국보 도시가 된 셈이다.

또 한옥마을 한 편에는 태조의 4대조인 이안사가 살던 이목대가 있고, 고려의 무신 이성계의 유적 오목대도 있다, 특히 대한황실의 마지막 황손, 이석(李錫·71)이 거주하는 승광재는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광무황제를 잇는다’는 의미가 담긴 승광재 여기저기에 걸린 황실의 흑백사진이 대한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한옥마을은 황손이 둥지를 틀면서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승광재는 현재 조선왕조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옥생활 체험시설로 쓰이고 있으며, 전통 궁중 한식과 궁중 다례를 체험할 수 있다. 황손에게 직접 듣는 황실이야기는 물론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주에는 대한황실의 마지막 황손, 이석(李錫·71)이 거주한다. 한옥마을은 황손이 둥지를 틀면서 조선왕조 발상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주 경기전 잔치가 열리던 이 날도 승광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관광객 정영선(40)씨는 “조선왕실의 흔적을 보기위해 아이들과 일부러 승광재를 찾았다.”며 “조선시대 마지막 황손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역사 현장 그 자체”라고 말했다.

전주시민들도 황손이 한옥마을에 터를 잡고 있다는 상징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전주한옥마을에 사는 최정순(60)씨는 “전주한옥마을이 여느 한옥마을과 구별되는 점이 바로 조선왕조의 본고장이라는 ‘상징성’에 있다.”며 “우리나라 역사의 뼈대가 되는 황손이 이웃이라는 자체가 큰 자부심이다.”라고 말했다.

황손 이석 선생은 “조상들이 일구어온 터전을 지키고 보듬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힘”이라며 “이를 나누고 보태 선조들의 뜻을 기리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다. 대한제국 선포일인 12일을 기념해 전주와 경기전을 알리는 잔치로 많은 국민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무황제를 잇는다’는 의미가 담긴 승광재(承光齋)는 조선황실의 마지막 황손인 이석 황손이 머물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승광재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365일 개방해 황손을 만날 수 있다.

승광재는 조선왕조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옥생활 체험시설로 전통 궁중 한식과 궁중 다례를 체험할 수 있다. 황손에게 직접 듣는 황실이야기는 물론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 코스 중 하나이다.

“조선 건립 621돌과 대한제국 선포 115주년 기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조선왕실을 재현한 잔치가 시작됐다. 이번 잔치에서 가장 주목을 끈 프로그램은 ‘헌다례’와 ‘왕의 행차’였다. 1897년 10월 12일 고종(광무)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날을 기념해 12일 오후 4시 펼쳐진 ‘헌공다례’는 황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이다.

헌공다례는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환구단을 세워 제천의식(부여-영고, 고구려-동맹, 동예-무천)을 부활시킨 날을 기념해 황제에게 헌다례를 올리며 황실의 상징적 복원에 대한 염원을 담는 의식이다.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고조황제, 광무황제에게 감사의 뜻을 하늘로 전하는 경건한 의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왕의 행차’는 대취타 행렬을 시작으로 조선조 27대 왕의 모든 복식을 갖춘 연기자들과 33개의 깃발이 뒤따르는 등 100여 명의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김정선 제전위원장은 “전주한옥마을에 옛 도읍지를 연상케 하는 경기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옥마을의 위상과 기품이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재)세계총령무술진흥회가 주관하는 어가행렬을 비롯해 고천례, 궁중음악, 무용공연 등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졌으며, 시민과 함께하는 비빔밥 나눔 잔치, 궁중음식 체험, 다례체험 등이 곳곳에 마련됐다.
 

조선시대 27대 왕의 행렬은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객과 시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외국인 관광객이 왕의 행차를 보고 난 뒤, 전주의 역사적 의미를 묻고 있는 모습

특히,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행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한쪽에서 조용히 쓰레기를 줍고 있던 주민 최 모(54)씨는 “전주의 역사와 자긍심이 담긴 잔치에 뭐라도 돕고 싶어 나왔다.”며 “경기전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조선왕조와 전주의 정체성을 간직한 곳이다. 때로는 마을 주민들에게 정신적 지주같은 곳이기도 하다. 젊은 친구들이 우리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 로이(34) 씨도 “전주한옥마을의 매력은 도심 한복판에서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점”이라며 “사물놀이, 왕의 행차 등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전통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존경스럽다. 한국 문화와 음식, 역사성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오는 23일 태조 어진의 국보 승격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행사를 재현한다고 밝혔다. 태조어진 이안행렬은 23일 오전 10시 오목대를 출발해 경기전 정전까지 500여m 구간에서 펼쳐진다. 오목대는 태조 이성계가 남원 운봉에서 왜구를 격퇴하고 돌아와 잔치를 베풀었던 곳이다. 어진박물관에 봉안 중인 태조어진 실물도 이날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