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광복 70주년이자 을미사변이 일어난 지 120주년 되는 해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하고 있으나 을미사변 120주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물론 국사가 다망하여 정신이 없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학계와 언론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단재 신채호는 일찍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다.” 바로 남이 아닌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고종 31년(1894년) 동학군과 전투에서 전사한 장졸들과 개국(開國) 504년(1895년) 10월 8일 일제(日帝)가 군인과 낭인(浪人)들을 동원하여 명성황후폐하를 살해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난입하자 광화문 앞에서 저지하던 훈련대 연대장 부령(副領 중령) 홍계훈 이하 궁궐 경비병 10여명과 궁내부대신 이경직, 궁녀 2명 등이 살해되어 불쌍한 그 충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세운 장충단비는 제자리를 떠나 공원 잔디밭에 있고 또 단사(壇祠)의 위치는 어디인지 알지 못하고 의견만 분분하다.

그간 연구 자료로 일제에 의해 훼손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자 관계 기관에 장충단 복원을 제안하였으나 인식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장충단 자락 재정비사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채택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장충단을 연구한 선학(先學)들과 한 목소리를 내자고 의견을 개진해 보았지만 호응이 없다. 무엇이 우려되어 주저하는지 모르겠다.

일국의 황후폐하께서 살해되어 입에 담지 못할 능욕을 당하고 싸우다 순사(殉死)한 장졸들의 충혼을 위로하던 단사(壇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을미사변(乙未事變)이 120주년 되는 올해를 장충단 복원의 원년(元年)으로 하여 국가는 장충단 복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곳이 바로 이 나라의 근대적인 현충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