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 스님과 아버님 의왕의 항일독립투쟁

-<수덕사 제2차 3.1운동 극비추진 미수사건>-

*나의 출생

  나는 의(친)왕 전하의 아들로 태어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내가 태어나서 한참 자라던 나이는 역사의 격동기로서, 나의 아버님께서 연로하신 때입니다. 나는 아버님께서 62세가 되실 때에 태어났습니다.
  요즘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결혼도 온갖 핑계를 대며 늦게 하고 자식도 적게 낳는데, 자식 농사는 절대로 그렇게 소홀히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자식을 풍성하게 낳는 미덕은 현대에도 변함없는 천지만물의 기본 섭리에 해당합니다.
  출산 강조를 결코 예전 조상들 때의 옛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의 아버님은 항일애국의 차원에서 12남 9녀의 풍성한 자손을 두셨습니다. 자손을 많이 두는 것이 황실가문의 번창은 물론, 침략국 왜적에 대항하는 항일애국이었기에 그러셨던 것입니다. 아버님은 구국의 사명감을 갖고, 애국하는 자세로 자손을 낳은 것이죠.
  요즘도 출산은 최고의 가치를 가진 가정사이며 국가대사입니다(황실문화재단, 공지사항37 참조). 건전한 젊은이라면 연애도 잘하고, 젊은 나이에 결혼하여 일찍 출산을 해야 합니다. 젊을 때에 낳은 자식이라야, 보다 우수한 후손이 탄생됩니다. 자식도 최소한 서너 명 이상을 낳아야 합니다.
  요즘에도 결혼과 출산을 기본적인 인간의 섭리로 알며, 여러 명의 자식을 두려는 생활철학이 확실한 젊은이들이 진짜 애국자입니다. 이는 만고불변의 당연한 진리이며 상식입니다. 이 진리를 거스르면 훗날 늙어서 후회합니다. 노인이 된 뒤에 한탄해도 이미 늦습니다.

*나의 아버님의 황실보전 항일투쟁 

  일제강점기의 가장 악랄한 정책 중의 하나가, 인간의 기본 섭리조차 짓밟으며 탄압한 것입니다. 바로 대한황통을 끊어 소멸시키려는 야만적 만행이었습니다. 나의 할아버지이신 광무(고종)황제와 할머님이신 명성황후는 왜적들에 의해 너무도 비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두 분이 철저히 왜적들에게 항거하며, 나라의 독립을 지키려다 참혹하게 순국하시고 말았습니다.
  왜놈들은 대한황족들을 철저히 탄압하며, 대한황실 혈통을 끊으려고 온갖 몹쓸 짓을 자행했지요. 나의 큰 아버님이신 융희(순종)황제와 작은 아버님이신 영(친)왕, 그리고 고모님이신 덕혜옹주가 얼마나 비참하게 일생을 마치셨습니까?    나의 아버님께서는 왜적들의 임금님 혈통단절 책동 음모를 간파하고서, 항일독립운동을 하는 단호한 자세로 자손을 많이 낳으셨습니다. 유일하게 출산항일 애국투쟁을 하신 것이죠.
  당시와 같은 절체절명의 시기는 일반적인 상식의 시대가 아닙니다. 절박한 국가비상 상태에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매서운 자세로 사태해결을 해야 합니다. 나의 아버님이신 의왕 전하는 확고부동한 항일애국의 자세로 12남 9녀의 자손을 낳은 것입니다. 풍성한 자식을 낳은 ‘출산애국 독립운동가’가 확실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서 걱정이라는데 젊은이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나의 아버님이신 의왕 전하의 식견과 같은 결단력이 요망됩니다. 뜨겁게 사랑하며 연애를 하십시오. 구국의 자세로 일찍 결혼하십시오. 독립운동을 하는 애국지사의 적극적 자세로 아기를 많이 낳으십시오.
  현대시대가 나름대로의 국가 비상시기라 생각하고 단호하게 결심을 하길 바랍니다. 나의 아버님께서 가지셨던 국가관이나 생활철학을 유념할 것을 권합니다. 보십시오! 나의 아버지께서 나를 62세에라도 낳아주셨기에, 내가 오늘날에 대한황실의 명예회복을 위한 길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의 성장과정과 망명생활 

  나는 창경궁 옆의 창경, 혜화초등학교를 다녔고, 경동중고등학교를 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음악을 좋아하여 가수생활을 했으며, 채명신 장군의 권유로 월남전에 연예부대로 참전한 최초의 연예인 참전용사에 해당합니다. 월남 전쟁에서 용감하게 활동을 하다가 다쳐서 상이군인으로 제대했지요. 당연히 자랑스러운 국가유공자 대한황손 신분입니다.
  가수생활은 유명한 최희준, 조영남 등과 같이 미8군 연예부대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의 잔혹한 수탈과 6.25전쟁을 겪으며, 너무나 낙후되고 미개발 상태에 처해있던 때였지요. 그래서 미8군 무대에 서는 것이 연예인이 되는 통상적인 관문이었어요. 덕분에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외국어 실력도 향상되었지요.
  대표적인 노래로는 국민 애창곡같이 널리 불리는 ‘비둘기 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애칭을 ‘비둘기 황손’이라고도 합니다. 당시 미남자에다가 왕자님 가수라고 인기가 아주 높았지요. 그러한 흐름에서 최근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을 만들 때는, 조각가가 세종대왕 전성기 때와 비슷한 시기에 해당하는 나의 장년기 사진을 두루 살펴보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황실문화재단, 안천칼럼 48 참조).
  다양한 연예인 활동을 하는 가운데 TBC방송의 백화가요 쇼, MBC방송의 노래하는 벤, KBS가요제를 진행하는 등 인기 절정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당시는 TV방송국이 3개뿐이고 TV보급률도 아주 낮아서, 농어촌 등에서는 TV 한 대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보던 시기 아닙니까? 그때에 저녁 황금시간을 주름잡는 인기 미남자였지요.
  하지만 당시는 왜적들이 이 나라를 생지옥으로 만들며, 온갖 악마 짓거리 만행을 일삼다가 쫓겨 간 뒤의 낙후된 때였습니다. 일제침략을 당한 뒤의 참혹한 현실에 분노하며, 항상 현대판 항일전쟁을 전개하려는 마음으로 청년기를 보냈지요. 6.25전쟁, 4.19혁명과 5.16혁명 등 격동하는 현실 속에서도, 대한황실의 뼈대 있는 황손이란 자각을 망각한 적은 추호도 없습니다.
  마지막 황후마마이신 융희(순종) 임금님의 윤황후 마마께 불려가서, 나라가 망하더니 황손이 광대가 되었다는 한탄의 말씀을 들으며 석고대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황손의 품위와 격조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왜적 일본이 망쳐 놓은 암울한 상황에 추락해 있는 나라를 구할 꿈을 갖고서, 어떠한 난관에 처해서도 이를 악물고 살아 왔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 나라의 진정한 미래발전을 향한 올바른 길을 찾겠다는 갈망 속에서 살아 왔습니다. 언젠가 왜적들에게 짓밟힌 ‘대한황실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구국의 신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생애에 있어서의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이, 일제침략으로 짓밟힌 ‘대한황실의 명예회복’을 위한 ‘현대판 항일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무렵에 청와대 옆의 칠궁에서 살다가 (청와대를 경호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강제로 내쫓겼습니다. 이에 분노하며 덧없이 출국하여, 본의 아닌 미국 망명객 같이 되었습니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가수 등 떠돌이 생활을 약 10년간 지속했습니다. 덕분에 견문도 넓히고 영어 실력도 적당히 향상되었죠.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의 다수는, 아직도 일제강점 암흑기에 짓눌린 그대로의 추친일 생각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왜적들은 물러갔어도 온통 왜색 분위기였습니다. 국사책에까지도 왜색 친일사관이 많이 잔존해 있다고 개탄의 소리가 높지 않았습니까?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참담하게 내쫓긴 것도, 그 여파로 인해 내가 미국 망명생활을 한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잔존해있는 추친일 잔재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악선전을 하며, 대한황실을 탄압한 고질적 후유증이라고 봅니다.

*현대판 항일전쟁의 시작 

  하지만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에는 내가 평소에 바라던 꿈을 실천하려고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지요. 일제강점기의 타성에 찌들어 암울하게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데에 모든 삶을 집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모든 부문이 ‘추친일 암흑상태’에 침몰되어 있다고 봅니다. 항일독립전쟁은 ‘미완성 상태’에서 표류하며 나아갈 방향을 잃고 있습니다. 왜적들은 물러갔어도 일제침략 암흑기 상처가 짙게 남아 있습니다(안천, 특급전범 천황을 고발한다: 대한황실문화정책사, 2011, pp.329~388 참조).
  내가 귀국한 이후부터 오늘까지 약 30년 가까운 기간에, 나와 같이 모든 일을 함께 한 분은 서울교육대학교 안천 교수님입니다. 안천 교수님은 평생을 바쳐서 대한황실의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안 교수님은 일본이 망쳐 놓은 타성에 젖은 채 살아온, 우리나라의 부당성을 바로잡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천 교수님은 이론으로(안천, 일월오악도 제1권부터 제8권까지 참조), 나는 행동으로 현대판 항일전쟁을 전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까지 마음속으로만 갖고 있던 막연한 분노는 안 교수님을 만나면서 목표가 명확해졌지요. 사실상 안 교수님의 이론이 나의 꿈이었지요. 따라서 둘이는 일심동체가 되어, 한 마음 한 뜻으로 치열하게 ‘현대판 항일 독립전쟁’을 전개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추친일 족쇄가 짓누르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 나라를 거의 생지옥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왜적들이 물러간 뒤에도, 우리 땅에 진정한 봄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일본은 기나긴 세월에 있어서 악마의 나라였습니다. 요즘도 일본의 아베 총리나 자민당은 전혀 바뀐 바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일본이 임금님 황통을 끊어 없애며, 민족의 구심점이 사라져 자중지란을 겪게 만든 그대로 당파싸움하듯이 살아 왔습니다. 남북분단도, 6.25전쟁도, 온갖 정치싸움에만 혈안이 된 정치판도, 그 원천적 범죄는 일본이 저지른 것입니다. 모두 일본이 원하던 그대로 각본처럼 된 것입니다.
  너무나 왜놈들이 잘못되게 만들어 놓은 그대로 현대사를 살아 왔습니다. 이런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일본 침략이 옳았단 말인가요? 그간 나라를 찾겠다고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선열들의 높은 뜻을 얼마나 겸허하게 받아들였던가요? 현대의 한국이나 북한은, 모두 일본이 망쳐 놓은 그대로가 좋다는 듯이 잘못되게 살아 왔습니다. 남북한 모두가 일본이 망쳐 놓은 상태에서 무작정 권력이나 잡겠다며 이전투구를 벌였지, 진정한 애국자나 참된 정치가가 누가 있었습니까?
  왜 우리 현대사에는 인도의 간디나, 베트남의 호치민, 미국의 링컨 같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없습니까? 왜 이 나라에는 이탈리아의 가리발디나, 독일의 비스마르크 같은 영웅이 안 나왔습니까? 북한의 김일성도, 남한의 이승만도 현대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너무나 나라를 잘못 이끌었어요.    왜 일본이 쫓겨 간 뒤에, 온 겨레의 추앙을 받는 진정한 애국애족 지도자가 출현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일본이 섬나라로 쫓겨 간 뒤에는, 남북한이 무작정 정신없이 내달리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남북한이 6.25전쟁까지 일으켰으니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요즘 TV나 신문을 아무리 살펴봐도, 도대체 민족에게 커다란 꿈과 희망을 주는 지도자를 별로 못 찾겠어요. 남북으로 나뉘어 내부 정치싸움 혈투를 벌이면서, 왜적퇴출 이후에 정상적인 민족발전의 진지한 꿈을 찾지 않았어요.
  흡사 추친일파들의 추친일 정치가 펼쳐진 것이 남북한 현대사라고 해도 반박할 길이 없게 되고 말았지요. 민족사에 길이 남을 진정한 민족지도자가 없는 부끄러운 현대사였습니다. 이 어두움을 바로잡자는 ‘현대판 독립운동’을 펼친 것이 나와 안 교수님의 지난날이었습니다.

*전주 황실발상지 항일운동

  나는 13년 전부터 전북 전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것도 안천 교수님이 평생에 걸쳐 ‘대한황실 명예회복 항일운동’을 펼치며, 전주 ‘경기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덕분이죠. 경기전은 일제강점 이후에 완전히 잊혀졌던 곳인데, 경기전의 중요성을 온 나라 온 겨레에 확실하게 재인식시킨 것이지요. 사실상 왜적들이 죽여 놓은 경기전을 안 교수님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 되살렸습니다.
  전주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깜깜하고 낙후된 도시였습니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전주는 버려진 도시라며 절망적 푸념을 내뱉던 도시였지요. 그렇지만 한숨과 절망 속에서 지내던 전주는, 단지 최근의 몇 년 사이에 600만 관광지로 급성장하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주는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전 국민들에게 성공적인 지방자치의 사례로 특별히 거론하며 추천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러워하며 집중적 연구를 하는 도시로 떠올랐습니다. 전주가 ‘대한황실 발상지’임을 생각하면, 나와 안천 교수님의 활약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지요.
  오늘날의 대한황실은 전주가 급부상하며 적지 않게 명예가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전주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 여기저기에서 한옥마을을 만들고는 합니다만, 전주와 같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까닭은 한옥마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정당성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한옥 몇 채를 지어 놓으면 성공한다고요? 전혀 아닙니다. 전주는 안천 교수님에 의해 일찍이 역사적 명분수립이 된 뒤에 한옥마을을 세워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적극적  활약이 있어 삽시간에 600만 관광도시가 된 것입니다.
  나는 참 열심히 살았고, 땀 흘려 봉사를 했습니다. 그것만 보아도 아버님께서 나를 62세 되시는 노년에 낳으신 것은 크게 성공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나는 아버님께 확실하게 효도를 했다고 자평합니다. (그간 나를 비방하는 일부 추친일파들도 있었지만) 누가 뭐라고 하던 좌고우면하지 않고, 황실부흥의 횃불을 드높이 들고 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나의 지난날은, 금번 학술대회에서와 같이 만공 스님과 의왕 전하를 재조명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황실부흥의 횃불을 들기 전의 대한황실은 오직 옛날 역사책에나 나오는 죽은 황실, 사라진 존재였지요. 왜놈들에 의해 세뇌된 추친일파들의 악선전 대상일 뿐이었지요.
  수덕사도 만공 스님도 그랬을 것입니다. 유명한 공민왕 거문고조차도 그런 신세였지요. 나의 아버님이 술김에, 술친구 사이인 만공 스님에게 그 거문고를 줘 버린 것 같이 와전되었으니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수덕사도 만공 스님도, 대한황실 독립전쟁의 차원에서 재탄생이 되어야만 합니다.
  ‘나는 오늘 만공 스님이 결코 단순한 스님이 아니고, 수덕사가 평범한 절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만공 스님은 위대한 스님으로, 수덕사는 영광스러운 절로 찬란하게 부활되어야 마땅합니다.

*아버님과 이우 황손

  요컨대 일제침략 당국은 대한황통을 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오직 나의 부친이신 의왕 전하만이 여러 자손을 남기셨습니다. 그리하여 아버님께서 노년기에 낳아주신 내가 ‘대한황실 명예회복운동 선구자’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 것입니다(안천, 황실부흥 선구자 이석: 대한황실 항일황족사, 교육과학사, 2015 참조). 그렇기에 아버님의 출산애국 투쟁은 확실히 성공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많은 자손을 낳지 않으셨다면, 대한황실은 일본침략 당시에 이미 완전하게 단절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낳으신 여러 자손들이 있었기에, 대한황실이 살아있다고 오늘날에도 당당하게 널리 알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님께 효도를 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나의 아버님의 항일애국 염원에 가장 부합되는 아들에는 둘째 형님이셨던 운현궁의 이우 황손이 있습니다. 이우 형님은 유일하게 당시 최고 황족으로서 일제침략 당국의 강제 혼혈결혼을 극복한 분입니다. 당시 왜적들은 황태자였던 영(친)왕을 방자여사와 강제결혼을 시키는 등 혼혈결혼을 침략정책 차원에서 강행했습니다. 대한황통을 오염시키며 사라지게 만들려는 간악한 획책이었지요.
  당시 황태자였던 영왕 다음으로 임금님을 이을 황통 서열로는, 나의 아버님께서 낳으신 첫째 형님 이건, 둘째 형님 이우 두 분이 대표적이었지요. 그런데 첫째인 이건 형님은 왜적들이 하라는 대로 일본 여자와 결혼하며 일본의 침략에 고분고분 순종하며 따랐고, 둘째인 이우 형님은 철저히 반항했는데 특히 혼혈결혼에 강력하게 저항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첫째 형님을 전혀 아들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라고 불호령을 내리시며 일본에서 귀국도 못하게 하여 집에 오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심지어 아버님 장례식에도 참석을 못했을 정도였지요. 따라서 ‘실질적인 큰 아들로서 대한황실의 정통성을 잇는 장손은 둘째인 이우 형님’이셨습니다(안천, 정통 대한황손 이초남 : 대한황실 명예회복사, 교육과학사, 2015 참조).
  아버님의 단호한 항일자세를 생각하면, 요즘의 종묘대제도 재고해야 할 중대 사안이 있습니다.(황실문화재단, 공지사항45 참조) 사실상 일제침략을 추인하는 추친일 제향을 올리고 있어요. 태조 고황제 폐하는 물론이고 광무황제나 나의 아버님께서 생존해 계신다면, 분노로 들끓는 불호령을 내릴 제향을 올리고 있으니 유구무언입니다.
  대한황실이 혼혈 오염되며 단절되는 절망적 상황에서, 큰 아들을 내쫓을 만큼 항일애국 정신이 투철했던 의왕 전하는 바로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초대 총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버님의 뜻이 크게 변질되고 말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종묘대제를 추친일 제향으로 버려 놓았으니 근본적 개혁이 요망됩니다.
  참고로 아버님은 첫째 형님을 내 자식이 아니라고 보았듯이, 여러 자식들 중에서도 자손으로 전혀 인정하지 않아 집안에 얼씬도 못하게 한 자손이 여럿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버님의 자손이 12남 9녀란 것도, 요즘 사람들이 제멋대로 말하는 버릇없는 것이지요. 아버님이 명확하게 특정해주지 않으셨어요.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면서, 관련도 없는 제3자가 대강대강 숫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버님의 자손은 쉽게 숫자를 말할 수 없어요. 현재 아무렇게나 12남 9녀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무엄한 말이지요. 아버님께서도 잘 모르실 정도입니다. 수십 명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로 결코 특정할 수 없어요.
  더구나 아버님께서 내 아들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엄명을 내려서, 집에 얼씬도 못하던 가짜까지 버젓이 아들이라니 어불성설입니다. 도대체 내가 10째 아들이란 것도 맞는 말이 아닙니다. 나는 9째 이내라고 해야 옳습니다.
  어떻든 일제당국이 대한황통을 끊고 오염시키려고 한 바에 대해, 아버님과 이우 형님 두 분이 가장 단호하게 정면 대응하며 ‘결혼 항일애국 투쟁’을 했다고 봅니다. 융희(순종)황제, 영왕, 덕혜옹주가 모두 참담하게 자손이 끊긴 것을 보면, 아버님과 이우 형님만이 치열하게 결혼투쟁을 한 것의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아버님은 자나 깨나 일제침략에 철저히 항거한 분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에 아버님이 약주를 잡수시고 집에 들어오셔서는, 하늘에다 대고 육혈포를 쏘며 통곡하고 방바닥을 치며 포효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버님께서 왜적 침략에 피눈물을 쏟으며 절규할 때면 흡사 미친 사람 같았어요. 나는 무서워 벌벌 떨면서, 어머니 치마를 들추고 치마 속에 숨어들곤 했었지요.
  나의 아버님께서 하신 항일 독립운동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3·1만세운동과 거창 사선대 의병육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동지들과 함께 해외 망명정부를 세우려고 기차를 타고 떠났다가, 신의주에서 일제당국에 검거되며 강제 연행되어 오신 대동단 의거는, 당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실 차원의 대표적인 항일운동이라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으나 독립운동은 철저히 비밀로 하는 것이라 겉에 별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겉에 드러난 것만 해도 세상을 크게 진동시킨 항일투쟁인데, 아버님께서 하신 독립운동 중에서 세상에 알려진 것들은 빙산의 일각일 정도입니다.

*3.1운동과 사동궁 회화나무

  당시 나의 아버님과 깊게 교유를 나누시던 분들은, 사실상 모두 확실한 항일 독립운동가라고 보아야 옳습니다. 나의 아버님의 일생은 24시간 전천후 항일 독립전쟁이셨습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자나 깨나 왜적토멸과 직결된 것이었습니다 (안천, 이승만 뿌리 정치심리, 교육과학사, 2015, pp.432~447 참조).
  의암 손병희 선생은 나의 부친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계셨습니다. 나의 할아버지이신 광무황제 폐하가 비참하게 돌아가셨을 때에, 그 절박한 순간에도 모든 일을 함께 논의하실 만큼 믿는 분이 손병희 선생이셨지요. 아마도 오늘날의 나와 안천 교수님의 사이만큼 깊은 관계였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버님은 광무황제의 비참한 독살 시해 현장을 목격하고서, 모든 상황을 손병희 선생에게 알리며 3·1운동의 최고 지도자가 되셨던 것입니다.
  3.1운동은 광무황제께서 독살당하시는 참혹한 상황에서, 온 겨레가 들고 일어나 총궐기한 거족적 항거였습니다. 왜 온 겨레가 총동원되었던가요? 그것은 그 당시 백성들의 정치의식 구조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지엄하신 나라님이 비참하게 독살되셨다는 경천동지할 급보를 접하고서, 온 백성이 부모님을 잃은 심정으로 일거에 핵폭발하듯 들고 일어난 봉기란 것을 유념해야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폭발적인 거족적 3.1운동이 있었고, 청산리 전투 및 세계를 경악시킨 안중근, 윤봉길 의거 등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을 확고부동한 명분이 정립된 것입니다. 3.1운동이 나의 아버님과 손병희 선생이 중심인물이 되어 발발한 것은, 3.1운동의 횃불이 타오른 핵심 진원지가 바로 내가 태어난 사동궁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지요.
  3.1운동의 별명을 굳이 새로 붙인다면 ‘사동궁 독립운동’ 봉기와 같은 것입니다. 내가 태어난 사동궁은 요즘 관광객이 물밀듯이 밀려드는 인사동 바로 옆입니다. 현재도 내가 올라 뛰놀던 커다란 회화나무가 인사동 관광지의 지근거리에 있습니다. 그 회화나무 밑은 아버님께서 타시던 말을 매두었던 곳이지요.
  3.1운동의 발원지인 사동궁은 모두 사라졌어요. 현재는 오로지 (SK건설 빌딩 옆에) 커다란 회화나무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 아무것도 모르는 몽매한 사람들의 흡연 장소로 전락해 버렸는데) 생각하면 유일하게 남은 회화나무는 충북 속리산의 정2품송같이, 항일애국 독립군 나무로 훈장을 수여하면서 기려야 할 뜻 깊은 나무가 아닐까요. 서울에 있는 보호수에 있어서 ‘3.1운동 발원지’를 기념하는 항일애국 나무가 또 있을까요?
  사동궁 바로 옆집이 3·1독립선언서를 33인이 모여서 읽은 태화관입니다. 태화관은 당시 장안 제일의 요정이었던 명월관의 분점이었지요. 고급 술집이었습니다. 사동궁의 옆집이었고 아버님의 단골집이기도 했지요. 약주를 즐기시던 아버님께서 자주 들르셨기에, 일본 순사들이 항상 감시하며 상주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일본 순사들이 있으면 의도적으로 고성방가에다 술에 취하신 모습을 보이셨답니다. 철저히 위장 행동을 하셨지요. 아버님은 당대 최초의 미국유학생이라 국제정세에도 아주 밝으셨고 영어도 유창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항일애국의 중심인물이셨으니 종로경찰서의 핵심 업무가 바로 아버님을 미행하고 사찰하는 것일 정도였답니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아버님은 기생을 부르라고 외치며 큰 소리를 내거나, 노래를 일부러 크게 부르신 것이지요. 아버님은 노래도 잘하시고 서예 실력도 뛰어나셨는데, 아마도 그래서 내가 가수가 되었고 글씨도 잘 쓴다는 소리를 듣나 봅니다. 그러니 일본 경찰의 정보보고서가 산더미같이 쌓였을 것이고, 일제 당국은 아버님을 독립운동가가 아닌 술주정뱅이로 악선전해댔던 것입니다.

*태화관 독립선언과 손병희

  나의 부친과 함께 태화관을 자주 찾은 대표적 인물에는, 종교지도자인 손병희 선생이 있습니다. 손병희 선생은 천도교 교주였지요. 대한황실 최고 어른과 최고 종교 지도자 두 분이 술집에서 기생을 불러 놓고 무엇을 하셨겠습니까? 두 분은 최고의 항일 애국자였고, 나의 집 사동궁과 고급술집 태화관은 독립운동 비밀기지였던 것이지요(안천, 황실부흥 선구자 이석, pp.243~261 참조).
  그런 이유에서 3·1운동을 종교인들이 태화관에 모여서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독립선언서를 읽은 33인은 모두가 스님, 목사, 천도교 간부였던 까닭이, 바로 손병희 선생과 아버님의 친분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안천, 이승만 뿌리 정치심리, pp.389~412 참조). 또 당시 모든 공조직이 붕괴된 비참한 상황에서 종교조직만이 살아있었던 까닭이기도 합니다.
  3·1운동은 일본의 삼엄한 탄압과 언론통제 속에서 불길이 일어나며, 요원의 들불같이 활활 타오른 것입니다. 광무황제의 참담한 시신을 오로지 두 아들에게는 숨길 수 없었던 것이죠. 융희(순종)황제와 나의 아버님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나의 아버님이신 의왕이 광무황제의 독살 시해를 친히 목격하시고, 손병희 선생에게 긴급하게 은밀히 알렸기에 횃불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아버님의 단호한 독립의지와 손병희 선생의 독실한 충군애국심이 없었다면, 그 삼엄한 분위기에서 절대 민족봉기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3·1운동의 발원지는 바로 나의 집인 사동궁과, 담 너머에 있던 고급술집 태화관이었지요. 그것은 매우 중요한 것을 뜻합니다. (아마 할아버님께서 독살당하신 긴급 소식을 손병희 선생에게 알리고 민족봉기를 지시한 곳이 태화관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아버님이 최고 중심에 위치한 항일독립 운동이었음을 뜻합니다. 술집이라 위장하기에 좋고, 우리 집인 사동궁과 붙어 있는 옆집이라 독립운동을 도모할 최적 최고의 장소였기에 태화관이 발원지가 된 것입니다. 아버님과 손병희 선생이 일제 경찰을 따돌리고 위장할 수 있는, 최적 최고의 장소였기에 3·1운동이 가능했던 것이란 뜻입니다.

*죽마고우 만공 스님과 공민왕 거문고

  일본을 경악시키고 온 세계를 진동시킨 3.1운동은, 아버님과 손병희 선생의 ‘항일전쟁 의기투합’이 태화관에서 절묘하게 이루어졌기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아버님과 만공 스님의 인간관계도 3.1운동의 연장선에서 파악되어야만 합니다. 만공 스님의 활약은 고립무원 상태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지요.
  만공 스님과 불교계의 위상은 거대한 ‘항일독립 운동체’라는 큰 눈으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의왕 전하와 만공 스님이 절친한 죽마고우였다는 것은, 두 분이 단순한 술친구였다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아버님은 장남인 이건 황손조차도 일본에 비굴하게 순종한다고 부자 간의 인연을 끊고 내쫓으실 정도로 항일정신이 확실하셨으니, 만공 스님의 항일 자세는 확고부동했다고 해석됩니다.
  당시 나의 아버님과 돈독하고 막역한 술친구일수록, 위대한 항일 애국거성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아버님은 술친구로 위장하고 독립운동가들과 폭넓은 교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거꾸로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만공 스님도 단순하게 술친구를 따라다니면서 술주정이나 하며 다녔을 리가 없습니다. 항일애국의 우국충정을 숨기고 있었던 분이기에, 당시대 제일의 술꾼 의왕 전하와 깊은 교유관계가 맺어졌던 것이지요.
  두 분 사이는 항일 독립운동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장기간에 걸쳐 중심인물이었음이 확실합니다. 단지 한순간의 일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이 피려면 봄부터의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두 분은 손병희 등과 함께 장기간에 걸쳐 폭넓은 항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음이 확실합니다.
  나는 수덕사를 아주 좋아합니다. 과거에도 수덕사에는 많이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일전에는 공민왕 거문고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수덕사 스님의 안내로 충분히 관람하고 귀가한 적도 있습니다.
  수덕사의 공민왕 거문고는 원래 궁궐에서 보관 전승되고 있던 것입니다. 당시의 국법으로는, 궁궐에 있던 물건은 궁궐 밖으로의 반출이 엄금되었다고 합니다. 그 거문고는 국법에 의해서 절대 궁궐 밖으로 반출될 수 없는 빼어난 황실보물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날 최고 국보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공민왕 이래로 궁궐에서 애지중지하던 거문고가 수덕사로 간 이면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고 보입니다. 항간에 알려진 바로는, 아버님과 만공 스님이 죽마고우의 관계가 된 술친구의 사연으로 와전되었지요. (특히 최인호의 소설책인 ‘길 없는 길’에 의해 아버님이나 거문고가 잘못 알려졌어요.)
  그러나 그것은 왜적 순사들이 퍼뜨린 악소문일 뿐입니다. 물론 당시 왜놈 순사들이 서슬 퍼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닦달하며 추궁할 때에 고지식하게 답변을 했을 리도 없습니다. 단지 술 마시며 놀려고 반출했다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겠지요. 대강대강 둘러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도 악랄한 일제 순사들인지라 미행과 뒷조사는 당연한 것이었지요. 악선전과 모함이나 비방은 끝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버님과 만공 스님이 위장하기 위한 행동이, 죽마고우 술친구 관계로만 나타났을 것이니까 거문고에 대한 해석도 그런 관계로 잘못 전해졌다고 보아야지요.
  만공 스님과 아버님의 관계는, 아버님과 손병희 선생의 관계와 일치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국보급 거문고의 사연도 술친구의 놀이 도구였다고 와전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최고 애국거물들의 술잔치와 거문고

  듣기에 거북하겠지만, 아버님과 만공 스님은 태화관 술집에도 자주 가셨을 것입니다. 물론 예쁜 기생이 옆자리에 앉아서 흐드러지게 노래도 했을 것이지요. 일본 순사가 개탄하며 속아 넘어갈 만큼 흐트러지게 처신했을 것입니다. 두 분이 신나게 춤도 추고 고성방가를 하며 흥에 겨워도 했을 것입니다.
  흡사 민족의식이란 추호도 없는, 술독에 빠져 사는 3류 술주정꾼들 같은 위장행동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독립운동은 평화로운 시대에 안방에 편하게 앉아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독립운동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지요.
  왜 기생도 부르고 술 취한 척 꾸몄을까요? 그래야 왜놈 순사들을 따돌리고 속일 수 있었으니까 다른 방안이 없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최고 국보 수준의 거문고까지도, 파락호로 전락한 의왕과 만공 스님의 놀이 도구로 전용되는 상황이 빚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수덕사 거문고의 위상도 종합적 시각으로 재해석이 되어야만 합니다.
  공민왕 거문고를 평가하면 우선

   (1) 거문고 자체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정통 최고급 귀중품이지요. 최고 최초 최대 수준으로 민족을 대표하는 국보급 거문고가 분명합니다. 다만 수덕사에서 최근까지 비밀리에 숨겨 두었을 뿐이지요. 일찍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특급 국보로 지정되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더구나

   (2) 거문고에 깃든 불후의 항일애국 독립정신이 보다 확실하게 재평가가 되면서, 항일애국 거문고로 자리매김되어야만 하겠습니다. (3) 그리고 이 거문고는 만공 스님과 의왕 전하의 항일 독립투쟁을 말해주는 최고 최대의 물증으로서도 지극히 소중한 존재가 되겠습니다(안천, 임금님 대관식, 교육과학사, 2014, pp.24~29 참조).
  역사에 알려진 바로는, 대한황실을 대표하는 파락호로는 종종 흥선 대원군이 거론됩니다. 세도정치에 의해 땅에 떨어진 임금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 그렇게 처신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나의 아버님이신 의왕 전하는 대원군을 능가하는 파락호로 위장 처신을 했을 것입니다.
  워낙 악마 중의 악마요, 최악의 악랄한 악귀들인 왜놈들 중에서도 가장 못된 놈들이 순사들이 아닙니까? 그 악마들의 감시와 탄압을 철저히 받는, 암흑상황에서의 처세술은 파락호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당대를 대표하는 파락호였던 의왕의 파트너가 바로 만공 스님이었고, 그 물증이 바로 거문고였습니다. 그 국보 거문고가 두 분의 인간관계를 보증해주는 존재로 오늘날에도 수덕사에 자랑스럽게 모셔져 있는 것입니다.
  당시 왜놈들 눈에는 수덕사가 흡사 술집으로 잘못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거문고까지도 파락호 거문고로 오인되었을 테지요. 그래서 요즘 항간에 전해지는 잘못된 거문고 얘기가 나돌게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떻든 그러한 와중에 아버님과 만공 스님은 중요한 항일전쟁 모의를 꾸미고 계셨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을 감추고서는, 거문고를 타면서 술을 마신다는 핑계로 수덕사를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겉보기에는 철저하게 만고강산 유람을 즐기는 술친구로 위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나의 아버님이 가셨던 곳은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오늘날 전국 도처에서 아버님의 일필휘지 휘호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물론 발견되는 휘호가 흔할 리는 없지만, 전국적 차원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 휘호들은

  (1) 아버님의 독립운동 활동범위가 광대역 차원이었음을 대변한다고 하겠지요.

  (2) 그리고 위장 독립운동 기지가 적지 않았을 것임을 말해줍니다. 물론 그 위장 장소들은 수덕사나 만공 스님과도 은밀히 연결되어 있었겠지요.
  요즘 나돌아 다니는 나의 아버님 휘호를 모으면 아버님의 항일애국 권역 지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휘호도 몇 개가 있는데, 멀리 만주 땅에서 쓰신 것까지도 있습니다. 아마 망명을 하시려다 쓰신 것이 아닐까요?

*제2차 3.1운동과 수덕사 비밀기지

  요컨대 1919년의 3.1운동이 끝나고 손병희 선생이 극심하게 탄압받으며,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다가 1922년에 비참하게 작고한 때에, 의왕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항일전쟁의 새로운 대안은 바로 만공 스님이었던 것입니다. 수덕사가 그 다음의 대표적인 국내 항일전쟁 비밀기지로 급부상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버님은 ‘황실복원 항일전쟁’에서 쉽게 물러나거나 포기할 분이 절대 아닙니다. 수덕사를 드나들고 만공 스님을 만나면서, 새로운 항일 봉기를 획책할 원모심려의 여러 포석을 놓았을 것이지요.
  내가 왜 앞에서 나의 성장과정과 천도교가 중심이 된 3.1운동을 상세히 설명했느냐 하면, 바로 만공 스님의 애국활동이 총체적으로 이런 토대에서 전개되었다는 것을 말하려 함이었습니다. 만공 스님은 결코 급부상한 것이 아닙니다. 야구로 말하면 손병희 선생이 선두 타자이고, 만공 스님이 2번 타자로 나섰다는 뜻이지요.
  만공스님과 수덕사는 3.1운동 과정에서 뒷짐만 지고 방관할 수 없도록, 아버님과 멀리 있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님과는 오래 전부터 밀착된 관계가 확실합니다. 인간의 신뢰관계는 결코 하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지요. 천도교 전체가 거대한 항일 독립군 조직과 같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수덕사도 거의 천도교 조직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불교의 특성상 내면에서 구국의 길에 나선 것이, 불교와 천도교의 차이였다고 할까요? 아버님이 수덕사를 그토록 확실하게 신뢰했다면, 수덕사는 확실한 민족보루였을 것입니다. 확실한 독립운동 비밀기지였다고 하겠지요.
  맺건대 의왕 전하와 손병희 선생의 3.1운동 추진틀은, 정확하게 의왕 전하와 만공 스님의 제2차 3.1운동 설계틀과 일치한다고 보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현대시대의 황실부흥 운동을 하는 나와 안천 교수님의 행동틀도 제3의 3.1운동과 다를 것이 없는 동치관계로 보아주길 바랍니다.)
  현재도 한국은 일본이 만들어 놓은 침략틀에 묶여서 사는 어둠의 추친일 국가입니다. 현대판 3.1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예컨대 대통령은 결코 President로 직역되는 것이 아닙니다. 3.1운동 때의 손병희 선생이 천도교 최고위직 대통령이었어요. 이는 무엇을 뜻합니까?
  당시 임시정부가 여기저기 세워질 때에 한성(서울)에서는 집정관 총재, 연해주에서는 손병희를 추대하여 대통령, 상해에서는 이승만을 초치하여 국무총리로 부르는 등 중구난방으로 썼어요. 당시 상해에서 이승만이 국무총리를 President라고 명함에 새겨 갖고 다녀 큰 파문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당시는 왜적을 물리치고 나라가 정상화되면, 모두가 임금님이 다시 모셔진다는 생각을 내면에 갖고 있었어요. 아니 당연히 모셔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지요. 그것이 상식인지라, 모든 호칭이 한 단계 낮춘 것이었지요.
  손병희는 감히 임금님과 맞먹겠다고 나설 분이 아닌 충직한 어른이지요. 그래서 단지 천도교 최고위 직책을 평소 쓰던 그대로 쓴 것인데, 그것이 President와 같은 의미로 오인되며 오늘날의 대통령 직책이 된 것이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요? 아무리 손병희가 중심인물이었다고는 해도, 그의 종교 직책이 President가 되다니 엉터리가 너무 많아요.
  당시는 하물며 광무황제 폐하의 국상 시기입니다.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으며 왜적들에게 독살당하신 임금님의 한풀이 3.1만세 항거를 벌인 직후였지요. 홍릉의 임금님 능침에다 입힌 떼(잔디)가 뿌리도 내리지 않은 때였음을 숙지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쓰고 있는 대통령 호칭은, 3.1운동 직후의 혼란 중에 별안간 등장한 것을 깊은 생각 없이 답습한 것이지요.
  도대체 이게 무엇입니까? 이 나라는 모든 곳에 걸쳐 너무나 엉터리가 많아요. 일본이 망쳐 놓고 쫓겨 간 이후에, 별안간 광복이 찾아 온데다 6.25전쟁까지 발발하면서 너무 정신없이 살아 왔어요. 신시대 3.1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추친일 사회의 고질병을 근본부터 확실하게 고쳐야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어둠의 일제강점기 그대로의 병폐가 적지 않아요.

*한 많은 수덕사 항일투쟁

  당시 항일전쟁 독립운동의 핵심부였던 아버님이나 손병희 선생, 만공 스님은 종교 간의 벽이나 여타 사소한 틈이 있었을 리 없는 당대의 거물들이었습니다. 세 어른을 겉보기로 보아서는, 호탕하게 교유하는 술친구요 한량으로만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쉽게 발견되는 옹졸한 정치인, 종교인 등의 잔챙이 새우 같은 좀스런 인물들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당대를 상징하는 최고 어른들이었지요. 제2차 3·1운동을 기획할 거대한 꿈을 갖고 만난, 만공 스님과 아버님은 어깨를 겯고 술에 취해 노래도 부르며 수덕사에서 웅지를 키웠다고 생각됩니다. 생각하면 제2의 3.1운동을 기획하는 다양한 비밀 활동이 은밀하고 활발하게 전개되었겠지요.
  또한 의왕은 극비리에 만주나 중국 내지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비밀자금을 많이 보내셨는데, 만공 스님과 수덕사에서도 적지 않게 후원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고 통탄스럽게도 일본 순사들에게 중도에 발각되고 만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아버님을 탄압한 역사가, 주로 왜적이 일방적으로 비방한 대로 왜곡된 채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진짜 자료는 감춰져 있지요. 이런 참담한 역사 자료는 일본에 극비문서로 많이 보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버님께서는 그리하여 경악을 한 일본 순사들에게 붙잡혀, 서울로 강제 압송되시며 자택 연금을 당하시게 됩니다. 이렇게 되자 만공 스님은 낙담과 한탄 속에, 수덕사 법당에서 불도에 정진하셨다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만공 스님은 물론 수덕사 스님들 전체가 일본 순사들에게 거의 강제 연금될 만큼의 큰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수덕사에 순사들이 떼 지어 몰려와서 윽박지르고 공포감을 주었겠지요.
  아버님은 당시에 일제 당국의 탄압으로 치욕적인 금치산 선고까지 받으셨지요. 강제로 퇴위를 당하신 융희(순종)황제 다음 서열의 대한황실 최고 어른이셨는데, 지엄하신 어른의 위상이 원색적으로 짓밟혀버리는 극한 탄압을 당합니다. 왕자(황손)로서의 모든 권한까지 박탈당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왜적들에게 가장 악랄한 탄압과 모독을 당하신 열혈 애국자이십니다. 아마도 만공스님과의 만남이 발각되며, 수덕사에서 압송된 이후가 바로 가장 핍박받던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 근현대사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고 아직도 추친일 사고에 오염된 역사라 그렇지, 나의 부친은 당시 항일전쟁의 국내외 총사령관급 지도자가 분명합니다(안천, 이승만 뿌리 정치심리, pp.424~454 참조).
  그간 이상하게도 김구가 주인공같이 된 것은, 아버님께서 왜적에게 극도의 탄압을 받으며 잊혀진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김구는 상해에서 귀국한 뒤에 즉시 아버님을 찾아와 큰 절을 올리며 귀국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오직 백범일지만 읽고서, 모든 독립운동사를 편파적 추친일체제로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미군정 당시 김구는 아버님을 뵈러 자주 사동궁을 찾았어요. 왜 왔을까요? 사실상 최고 사령관과의 만남이 아니겠습니까? 그때마다 나의 어머님은 상 보기에 바쁘셨고, 나의 이모는 심부름을 나갔지요. 왜냐하면 김구가 아주 좋아한 것이 오징어였기에 소주 한 병과 함께 이모님이 사들고 온 것입니다. 심부름을 한 나의 막내 이모님은 지금도 생존해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역사의 실상은 사라지고 역사의 껍데기만 남은 듯합니다. 총사령관과 최고 참모였던 손병희, 만공 스님은 어디로 가고 빈껍데기 역사가 지배합니까? 나의 아버님 의왕이 총지휘자였기에 왜놈들의 집중 탄압을 받은 것을 도외시한다면, 항일전쟁 독립운동사는 어차피 절름발이가 되고 맙니다. 잊지 마십시오. 의왕 전하가 국내외를 망라한 총사령관입니다.
  상해 지역사령관이 최고가 될 수는 없어요. 당시 독립운동은 국내외를 망라하여 지구 전체에서 전개했어요. 일부 지역만 한 것이 아니지요. 그간의 독립운동사는 숲을 보지 않고 나무 하나씩을 떼어내서 보니 잘못 보인 것입니다. 나의 아버님이 중심 지도자였기에, 제1 순위의 가장 악랄한 핍박을 당하며 금치산 선고를 당하신 까닭을 잘 헤아리십시오.
  아버님은 그 후 모든 것을 잃고 사실상의 폐인같이 됩니다. 아버지께서 노후에 돌아가신 장소를 알면 경악을 할 것입니다. 현재 서울 북촌 입구의 풍문여고 뒷골목에 있는, 1인용 고시원 숙소 같은 허름한 골방에서 노숙자 신세로 눈을 감으셨습니다(황실문화재단, 안천칼럼 44 참조).
  사실상 객사를 하신 것입니다. 너무나 탄압을 당하셨지요. 현재도 벌집 같은 그 방이 그대로 있습니다. 꼭 한 번 가보십시오. 그곳은 예전 안동별궁의 맨 뒤채인데, 궁궐에서 밀려난 늙은 상궁에게 하나씩 떼어 준 것이지요. 퇴역상궁 한 사람의 몸이나 의탁하고, 혼자서 겨우 지낼 수준입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날은 6.25전쟁이 끝난 뒤 부산 피난지에서 환도한 직후인데, 내가 경동중학교 3학년일 때로서 바로 광복절 날입니다(황실문화재단, 공지사항 39 참조). 얼마나 왜적들에게 한이 맺히셨으면 광복절 날에 눈을 감으셨겠습니까? 왜놈 천황이 항복 선언을 한 날에야 눈이 감기셨겠지요.
 
*광복절은 ‘광복전승절’로 바꿔야

  금년도 광복절은 왜국 일본의 항복을 받고 독립된 지 70주년이 됩니다. 우리는 왜왕이 항복한 8월 15일을 광복절로 정했는데, 이웃 중국은 일본이 미주리 함상에서 맥아더 장군 앞에 놓인 항복문서에 서명한 다음 날인 9월 3일을 전승절로 정했지요. 내가 생각할 때에 날짜는 왜국 천황이 항복한 날이 더 옳고, 호칭은 중국의 전승절이 더 합당한 듯합니다.
  앞으로 광복절은 ‘광복전승절’로 확대한 개념이 보다 더 옳습니다. 다시 강조하여 말하는데, ‘대한황실’을 대표한 나의 아버님은 실질적인 국내외 항일전쟁 총지휘자였습니다. 나의 아버님과 국내외 독립군이 총체적으로 ‘승리한 항일전쟁’이 맞습니다.
  모든 것을 상해임시정부가 다 한 듯, 편파적 해석을 해온 것은 추친일 역사해석이지요. 그렇게 좁게 보면 광복절이 맞는 듯한데, 총체적이고 주체적인 시각으로 보면 확실하게 승리한 ‘광복전승절’이 옳습니다. 광복절은 사실상 친일사관 개념입니다. 아무것도 않고 일본에 짓눌려 있다가 풀려났다고 보는 관점이 아닙니까? 그것은 일본에 말려든 절름발이 역사였어요(안천, 신흥무관학교, 교육과학사, 1996, pp. 220~271 참조).
  나의 아버님과 손병희 그리고 만공 스님을 포함한 국내항쟁은 물론이고, 러시아, 미국에서의 찬란한 독립항쟁을 왜 제외한 듯 해석합니까? 청산리전투나 의열단은 어디로 갔습니까? 신흥무관학교는 허수아비입니까? 대종교, 천도교, 유교는 일본의 거짓말대로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까? 기독교, 불교에서의 항쟁은 무엇입니까? 사실상 일본이 역선전 거짓말을 한 그대로의 역사가 남았습니다. 한국독립운동사는 다분히 일본의 덫에 걸리고 함정에 빠진 역사가 되어 버렸죠.
  곰곰 생각해 보십시오. 프랑스 조계 같은 안전지대에 비하면, 수덕사는 보다 더 일제탄압이 집중된 곳입니다. 막연하게 상해는 대단하고, 수덕사는 평범한 절인 줄 알면 안 되지요. 국내에서도 3.1운동은 물론이고, 다양하게 처절히 항쟁했어요. 일본의 역사인멸로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만공 스님과 손병희 선생은, 단연코 김구보다 더 큰 항일독립운동을 했습니다. 다만 처절히 항쟁한 후유증으로 일제탄압을 너무 받아 천도교는 너무나 교세가 미약해졌고, 수덕사는 산 속에 숨은 조용한 사찰에 불과하게 되었지요. (그에 반해 친일에 앞장섰던 어떤 종교는, 흡사 국교라도 되는 듯 번창하고 있는 나라가 오늘날의 한국 아닙니까?) 너무나 잘못된 추친일 상태 그대로입니다.
  특히 독살까지 당하며 싸운 광무황제를 비롯하여, 나의 아버님이 중심이 되어 총지휘한 ‘대한황실이 중심부에 있었던 역사’는 왜놈들의 역사교란 인멸로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요즘도 한국사회는 다분히 추친일 사회로서 대한황실을 우습게 압니다. 나의 아버님을 술주정뱅이로만 아는 추친일파가 꽤 있어요.
  나의 아버님은 물론, 만공 스님과 수덕사는 확실히 재평가해야 합니다. 참 기막힌 일인데 이 나라의 독립운동사는 안중근, 윤봉길 의사와 같이, 해외에서 뚜렷한 업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거꾸로 잘못 되었어요.
  실질적인 국내외 총사령관이었던 나의 아버님은 형편없는 평가를 받고, 나의 아버님의 최고 동지였던 손병희나 만공 스님은 거의 잊혀져 있는데, 항일전쟁은 결코 상해 임시정부만 한 것이 아닙니다(안천, 김구 재평가와 안중근, 교육과학사, 2014 참조). 그 까닭은 김구만 백범일지를 들고 와서 독자적 언론 플레이를 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김구가 너무 과잉 부각이 되었어요.
  그간 너무 국내에서는 일본에 말려들어,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다고 본 황당한 역사인식은 이제 근본부터 고쳐져야 합니다. 김구는 총지휘자가 아니며 지역사령관입니다. 워낙 악독한 왜놈들 치하였다지만, 국내에서는 결코 잠만 자고 있은 것이 아니지요.
  3.1운동도 아버님과 손병희 선생이 앞장서며 주도한 것인데, 주인공은 빠지고 사실상 곳곳에서 만세만 부른 것으로 와전된 것같이 되었어요. 3.1운동은 찬란한 항일전쟁 금자탑으로서 항일전쟁을 ‘승전’으로 볼 위대한 항전입니다. 그런데 그간 너무 일제 당국이 발표한, 추친일 시각으로 보며 축소 해석이 되었지요.
  더구나 의왕 전하와 만공 스님을 필두로 제2차 3.1운동을 기획하며, 일본을 온 겨레가 들고 일어나 내쫓으려던 거사도 잊지 말아야지요. 일본이 얼마나 놀랐으면 아버님과 대한황실을 작심하고 탄압했을까요? 진짜 주인공은 나의 아버님이셨기에, 왜적들에게 혹독한 탄압을 받았음을 왜 잊고 있나요?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나의 아버님께서 일제탄압을 혹독하게 받으시며 비참하게 돌아가시니까, 그 후 많은 사람들은 왜적들의 악선전만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립운동은 상해에서만 했고, 나의 아버님은 술만 잡수셨고 만공 스님은 목탁만 두드리고 계셨던 줄 아는데 이런 비극이 어디 있습니까? 사실상 왜적 일본에 말려든 추친일 역사만 남은 것이 아닙니까?
  그리하여 아버님을 천하에 없을 한심한 사람으로만 알고, 한숨 섞인 욕설과 비난을 퍼부어 댔지요. 그것은 모두가, 아버님이 최고 사령관이셨기에 왜적 일본이 작심하고 악선전한 것만 남은 추친일 사회라 그래요. (아마 만공 스님도 입장이 어렵긴 마찬가지였겠지요.) 그리하여 아버님은 물론, 태조 고황제부터 시작하여 대한황실을 통째로 비방해 댔지요. 심지어는 황실 가문인 전주이씨는 공공의 적과 같이 원색적으로 매도해 댔습니다.
  매우 황당한 일이지요. 그리하여 최근까지도 아버님이 돌아가신 곳조차 엉터리 거짓말로 알려져 왔어요. 누군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한 거짓말이 진실인 듯 널리 퍼졌지요. 물론 아버님은 역사상 최악의 패륜아 술주정꾼으로 널리 알려지며, 아버님의 묘소를 찾는 이도 거의 없었고 제사를 모시지도 않았죠.
  정말 어둠의 추친일 사회가 확실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둠의 역사를 정면으로 바꿔준 분이 안천 교수님입니다. 대한황실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추친일 사회와 정면으로 싸우며, 현대판 항일전쟁을 펼친 삶이 안 교수님의 평생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일본이 만들어 놓은 추친일 틀에 젖은, 추친일파들의 저항은 너무나 거셌습니다. 안 교수님은 온갖 욕을 먹고 비방을 들으며, 진짜 항일전쟁을 하듯 추친일 족쇄와 정면대결을 했지요.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추친일 타성에 젖은 사회가 고쳐지는 것은 더디고 저항이 너무 많았습니다.
  예전에 왜구, 몽골족, 홍건적의 연이은 침략과, 국가 부패로 엉망이 된 나라를 개혁하려던 정도전의 생애를 보셨지요? 인터넷 SNS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온통 추친일파들이 저항하는 악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 왜놈 끄나풀 악플도 많고요.
  일본이 짓밟아 놓고 떠난 이후, 경술국치 이후를 일본이 망친 대로 타성에 젖어 사는 잘못을 지적하며, 대한황실의 명예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안 교수님에 의해 한국사회는 그간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에 600만 관광도시로 급부상한 전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데 결코 놀랄 일만은 아닙니다. 그간 안교수님은 전국 곳곳에서 ‘경기전 독립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해 왔습니다. 그것을 모르니 의아스러운 것이지요.
  하지만 만공 스님과 수덕사는 아직도 거의 추친일 족쇄에 묶여져 있다고 봅니다. 아버님과 함께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잊혀진 그대로입니다. 나는 오늘 그것이 틀렸다고 선언하려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땅에 떨어졌던 나의 아버님 의왕과 대한황실의 명예가 회복되고 있다면, 당연히 아버님의 항일전쟁 동지였던 만공 스님과 수덕사도 영광을 다시 찾아야 하겠지요.
  요즘 황당한 희극이 있습니다. 나와 안 교수님의 노력으로 대한황실이 재조명되고 명예가 회복되어 나가니까, 아버님의 기념사업을 한다느니 제향을 모신다느니 야단법석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전혀 나타나지도 않던 사람들인데 놀라운 일입니다. 세상사가 왜 이렇습니까? 일제침략 후유증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아버님의 강제 은거와 수덕사 탄압

  아버님은 사실상 제2차 3.1운동이 수덕사에서 미수로 끝나면서 금치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금치산 선고란 ‘인격말살 형벌’에 해당합니다. 모든 법적 자격이 상실되는 최악의 조치가 아닙니까? 더구나 일본에 ‘강제 연행’되며 끌려가, 장기간 귀국도 못하시고 강제 연금을 당하셨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얼마나 고통을 겪고 수모를 당하셨을 것인가는 말할 필요도 없지요.
  당시 왜놈들은 아버님을 ‘강제 은거’시켰다고 말했어요. 그것은 아버님에게 정치 사회적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뜻입니다. 아버님을 강제로 유폐시켜 폐인을 만들어버리겠다는 것인데, 1930년의 일이니 3.1운동 이후 약 10년 뒤입니다.
  그러니까 아버님께서 광무황제 독살 시해 이후, 10년간을 처절하게 저항한 것에 대한 탄압입니다. 지구상의 어디에도 없는 희한한 징벌인데, 강제로 격리시켜 감시하는 중형 처벌을 가한 것이지요.
  그것은 대한황실 최고 어른이셨기에 그랬는데, 강제로 유배시켜 ‘귀양살이’를 시키며 ‘무기징역’ 감옥살이를 시키는 것과 같은 참담한 일이었지요. 일반 평민이라면 사형을 시키거나 종신형에 해당하는 것이 되겠는데, 가능한 한 극대치로 탄압하며 모든 사람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격리 조치를 강행한 것입니다.
  흡사 예전에 최고 중죄를 지었을 경우에 내려졌던 ‘절해고도 위리안치’에나 해당한다고 할까요? 왜놈들이 얼마나 놀랐으면 그랬을까요? 3.1운동에 너무나도 놀랐던 바에 더하여, 당시 일본 전체가 경악할 정도로 놀란 초대형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워낙 크게 놀란 나머지, 일본에 의해 강제로 주어졌던 공작 작위까지도 무참히 빼앗아 버립니다. 그리고는 일본에 고분고분 순종하는 나의 첫째 형님에게, 그 공작 작위가 강제로 주어졌지요. 1930년의 이건 형님은 21세 청년이었는데 이때부터 부자간을 극도로 이간시키면서, 대한황실의 내부 분란을 조장하며 황족들을 친일파로 변절시키려는 이간책을 썼습니다(안천, 임금님 대관식, pp. 64~68 참조).
  그 후 이건 형님은 아버님과 아주 멀어지며 집에도 못 오고, 사실상 장손의 지위를 상실합니다. 이건 형님은 거의 왜놈들이 바보로 만든 것이지요. 당시 작위는 황실을 오염, 와해, 분열시키기 위해 황족들에게 강제로 준 것입니다(안천, 정통 대한황손 이초남, pp.24~28 참조).
  그러니까 의왕에게는 왕을 강제로 강등시킨 공작 작위를 강제로 주고, 그나마 다시 강제로 빼앗아 아들에게 강제 세습시킨 뒤에, 온 세상에다 술주정꾼에 바람둥이 난봉꾼으로 악소문을 내며 온갖 탄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부자간에는 적대관계가 되게 만들어 나갔습니다. 첫째 이건 형님이 아버님의 장례식에도 못 온 이유는 복합적일 것입니다. (이건 황손은 1947년에는 이름도 모모야마 겐이치로 개명하고 일본에 숨어 살다가,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1955년에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아예 귀화해 버립니다. 큰 형님은 말년에 사진작가로 살다 1990년에 작고했는데, 일제의 황실 탄압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참담한 희생자가 분명합니다.)
  아버님이 이토록 엄청난 수모와 억류를 당할 만큼 큰 사건이었지만, 당시 대한황실의 최고위 신분인 의왕과 당대의 최고 고승 만공스님의 일이기에 쉬쉬하며 감추고 ‘특급 언론통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그토록 처절한 탄압을 받으셨던 것이지만, 당시에 겉으로는 ‘술주정꾼들의 한심한 작태’라고 비난 소리만 요란했지요. 겉으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서 흡사 의왕의 ‘술주정 사건’ 정도로만 알려지게 했으니, 공민왕 거문고도 그런 상황에서 술주정꾼들 얘기같이 와전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나의 아버님께서 남겨주신 휘호들의 중요성을 지적하겠습니다. 그것들은 당시의 ‘황실 항일전쟁 독립운동사’를 말해주는 주요 사료로서, 세월이 갈수록 더욱 빛을 찬란하게 발하리라고 봅니다. 그간 아버님과 대한황실이 일제탄압을 받던 후유증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서 술주정꾼의 글 대접을 받았으나, 나의 아버님과 대한황실이 원래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아 갈수록 더욱 찬연한 광휘를 뿜어내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항일전쟁사가 총체적으로 집대성되는 어느 날에, 나의 아버님은 항일전쟁 최고 사령관으로서의 진면목이 날로 뚜렷해질 것입니다. 그 휘호들은 중요한 보물이 되겠지요. 물론 최고의 동지였던 만공 스님과 수덕사도 역사적 재탄생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버님의 휘호들을 보면 청년기에는 ‘의화군’, 장년기에는 ‘춘암’이란 호와 함께 ‘이강’이란 성명(이름)이 힘차고 당당한 글씨체로 나옵니다. 하지만 연로하신 때부터는 모든 것을 빼앗긴 것을 생생히 증명하듯 단지 ‘이강’이라는 이름만 나옵니다. 글씨도 젊으신 때는 굵고 힘이 넘쳤는데, 노년기에는 가늘고 약해진 모습의 글씨입니다.
  아마도 이 때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며 금치산 선고를 당하신 참혹한 때가 아닐까 합니다. 이 참담한 무렵이, 만공 스님과의 거문고 작전을 펼치시던 때일 것입니다. 당시 만공 스님의 처지도 난감하기는 아버님과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라 하겠습니다.
  수덕사는 나의 집인 사동궁 다음으로, 가혹하게 일제탄압 감시를 받는 특별지역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사동궁은 당시 궁궐 기둥마다 일본 순사가 지키며 삼엄하게 감시를 했다고 하는데, 수덕사도 거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공민왕 거문고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점검해 봅시다. 그간 왜 수덕사에서 공민왕 거문고를 최근까지도 깊은 산 속의 정혜사 다락에 쥐도 새도 모르게 숨겨 두었을까요?
  그 거문고가 얼마나 중요하면 그랬을까요? 그 거문고는 그토록 절박한 공포 분위기에서 철저히 숨겨진 것이 분명합니다. 그토록 중대한 항일전쟁 독립운동사의 깊은 속사정을 잘 헤아려야 해요.
  첫째로 그 거문고는 수덕사와 만공 스님이 얼마나 가혹한 탄압을 받았는가를 확실히 증명합니다. 그 거문고는 둘째로 나의 아버님께서 어떻게 고초를 겪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는가를 말해주는 최고의 물증입니다. 그 거문고는 셋째로 당시 제2차 3.1운동 미수사건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나를 말하는 최대 증거물입니다.
  그렇기에 그 살벌하던 공포분위기가 최근까지도 긴박하게 이어져, 정혜사 다락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진 것이 확실합니다. (1) 대한황실 의왕과의 깊은 관계, (2) 만공 스님과 수덕사의 참담한 처지, (3) 제2차 3.1운동을 숨기려는 처절한 상황을 총체적으로 끌어안고서 최근까지도 꼭꼭 숨겨져 있었던 것이 확실합니다.    못된 악마들이 패전으로 쫓겨 간 뒤에도, 감히 그 거문고는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거룩한 물건으로서, 수덕사에서도 금단의 성스러운 물건으로 비장시켜 두었던 것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최근까지도 수덕사는 그 소중한 거문고를 철저히 보관했던 것입니다. 아마도 만공 스님의 엄명을 그토록 장기간 엄수한 것이라고 하겠지요. 
  나는 수덕사를 찾을 때마다 만공 스님께 감사의 절을 올리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또한 나의 아버님께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위장된 독립운동을 하시던 옛터 수덕사에서, 나도 항일전쟁 독립운동가가 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나는 언제나 대단히 고마운 마음을 갖고서, 수덕사를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대표적인 ‘항일 독립군 기지’로 여기고 있습니다.
  당시 제2차 3.1운동이 성공되어 왜적들을 쫓아내고 항일전쟁에 승리하면서, 임금님을 다시 모시며 나라가 정상화되었다면 수덕사는 ‘국가 제1의 호국사찰’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토록 잔혹한 왜적들의 침략을 맞아서 임진왜란 때와 같이 불교계가 총궐기하여 왜적을 축출했다면, 아마도 불교가 국교 수준으로 공인되며 역사적 평가를 높게 받을 만큼의 찬란한 위업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만공 스님은 임진왜란 때의 사명당 유정 스님같이, 역사에 길이길이 칭송되는 ‘나라스승’으로 모셔졌을 것입니다.

융희 109년(2015년) 9월 20일(수덕사 학술대회 특별발제 강연)
황실문화재단 총재(광무황제 친손자, 의왕 10남), 대한황손 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