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캠퍼스 4분의 1 부지… 法院 "숙대가 계속 사용 가능" 1992년 변상금 부과 처분 따라 캠코 "73억 돌려달라" 소송하자 숙명학원이 재소송… 결국 勝訴 "계약 당시 해당 부지는 대한제국 황실 사유재산 국유지가 됐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옛 황실 의무 승계해야"
"76년 전 대한제국 황실로부터 무상 사용 승낙을 받은 것이 여전
일제강점기이던 1938년 옛 황실 재산 담당 업무를 담당하던 장관이 숙명여대에 발급한 ‘토지 무상 사용 승낙서’. /숙명여대 제공
히 유효(有效)하므로 계속 사용해도 된다."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숙명학원이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캠퍼스의 핵심 부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부지는 본관 일대 2만여㎡(6400여평)로 이 대학 서울캠퍼스 4분의 1에 이른다.〈지도 참조〉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는 24일 숙명학원이 "옛 황실로부터 학교 부지에 대한 무상 사용 승낙을 받았는데도 국유지로 바뀐 해당 부지에 대해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캠코는 73억8000여만원의 변상금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일제 시대에 당시의 황실과 계약이 지금까지 유효한지 ▷광복 이후 국유지로 바뀐 학교 부지에 대해 정부가 무상 사용 의사를 철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숙명여대의 전신은 고종 황제의 계비(繼妃·임금이 다시 장가가서 얻은 아내)이자 영친왕의 친모(親母)인 순헌황귀비가 1906년 개인 재산을 출자해 만든 명신여학교다. 1912년에는 영친왕 등이 제공한 농경지 수익금으로 '재단법인 숙명학원'이 만들어졌다. 숙명학원은 옛 황실 재산을 관리하던 이왕직(李王職) 장관에게 현 숙명여대 본관 일대 2만여㎡를 학교 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왕직 장관은 1938년 5월 20일 '용도는 학교 부지이고 임대료는 무료다. 학교 부지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토지 무상 사용 승낙서를 발급했다. 이왕직은 일제강점기 대한제국 황실의 재산과 사무를 담당하던 한시적 기구다. 광복 이후 해당 부지는 옛 황실의 사유지에서 국유지로 바뀌었지만 정부는 한동안 해당 부지에 대한 숙명학원의 무상 사용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1992년 용산구청은 "숙명학원이 해당 부지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변상금 12억원을 부과했고, 숙명학원은 소송을 냈다. 이 재판은 대법원에서 숙명학원의 승소 판결로 결론났다.
2011년부터 정부 결정으로 해당 부지의 관리자가 된 캠코는 2012년 5월 "1992년 용산구청이 국유지 사용료를 내라고 하면서 정부는 무상 사용에 대한 의사를 철회했다"며 숙명학원에 다시 변상금 73억8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숙명학원은 또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국유재산법은 황실 재산을 국유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1938년 당시 해당 부지는 황실 사유 재산에 해당된다"며 "당시 일본 민법 등을 볼 때 숙명학원과 이왕직 장관 간 계약은 해당 토지를 무기한 무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광복 후 제정된 법에 따르면 이왕직 장관이 관리하던 해당 부지가 국유지가 됐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숙명학원에 대해 무상 사용을 허락한 옛 황실의 의무도 승계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숙명학원은 여전히 해당 부지에 대한 무상 사용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숙명학원의 무단 점유를 전제로 변상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違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캠코는 1992년 용산구청의 변상금 부과 처분으로 1938년의 무상 사용 승낙 의사를 철회했다고 주장하나 상대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할 수 없고, 정부가 1994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약 20년 동안 숙명학원의 부지 사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볼 때 캠코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숙명여대는 이날 판결에 대해 "법원이 청파동 부지를 계속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손을 들어줘 크게 환영하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이던 1938년 옛 황실 재산 담당 업무를 담당하던 장관이 숙명여대에 발급한 ‘토지 무상 사용 승낙서’. /숙명여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