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족보 신기루

  ‘황실족보’는 오늘날 통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날에 쓰고 있는 용어에는 일제강점 침략시대에서부터 쓰이는 잘못된 용어나, 심지어 친일용어도 적지 않다. 황실족보란 용어도, 옛 시절의 대한황실 법도로는 아주 부당한 용어이다.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이 맞는다. 또는 그것을 줄여서 선원보략 혹은 선원록 이라고도 부른다.

  우리사회에 족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조선 중후기부터 시작하는데, 그 후 주로 나라가 일본에 강점당하는 비참한 때에 여러 씨족 족보가 대거 출현한다. 조선 말기에 국권이 쇠약해지면서 국민적 응집력이 무너지고, 나라보다는 내 집안 씨족이기주의에 경도되는 어둠의 현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유행하듯 족보가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내 집안이 최고라는 가문자랑 노래인 세덕가(世德歌) 까지 등장한다. 그것은 족보, 세덕가를 자랑하며 애국심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화수회, 종친회가 국난기에 대거 나타남은 엄밀히 말해서 아주 부끄러운 일이었다. 특히 세덕가는 일제강점기에 등장한 것인데, 도대체 나라가 망할 상황에서 어떻게 세덕가가 나오는가?

  단군 이래 최악의 국난을 맞아서, 애국보다는 낯간지러운 집안자랑이나 하는 것이니 그 자랑이 너무나 부끄럽다. 독립운동을 하며 만주벌을 달리던 애국자가 족보를 따졌겠는가? 망국에 통곡하던 우국지사가 어찌 그 잘난 족보 자랑을 했겠는가? 나라를 강점당하고 나랏님을 치욕적으로 잃은 불충을 탓하며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자를 기려야지 족보에 아무 이름이나 부끄럽게 올리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사회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병리현상의 표현이었으니, 어찌 부끄러워 이름을 올릴 것인가 조차도 생각을 못한 것이다.

  일제침략 생지옥살이를 하려니까 고향이나 따지고, 아무 종교나 의지하며, 가까운 친족붙이 옷깃이라도 붙잡으려고 했던 절박한 심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잔혹했던 일제 강점기의 극심한 후유증이다. 그토록 가혹했던 암흑기에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려던 사회심리의 표출일 뿐이다. 일제패망 이후 그 악마들이 물러가고 난 공백기에 유난히 지역, 종교, 계급, 씨족, 학벌 이기주의가 극심했던 것은, 바로 그들의 침략기가 얼마나 극악한 지옥살이였던가를 노골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일제 악마가 침략했던 후유증 속에 남겨진 국가권력 공백으로, 우리민족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타의적으로 남북분단이 되었고 처참한 6.25전쟁도 있었다. 흉악한 전쟁 범죄는 일본이 저지르고, 그 대가는 우리에게 가혹하게 전가되었다. 더구나 우리민족은 오늘날까지도 남북대치 상태로 생고생을 하고 있다. 그 모두가 일제강점 후유증에서 비롯된 것이고, 일본이 사후책임을 확실히 져야할 것이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절망적 상황에서 친일매국 종교도 성스럽다고 몰려들었고, 친일 선봉의 학교도 좋은 학교라며 극찬을 했다. 극심한 지역갈등 고질병도 생겨, 한심한 동네 싸움 덕분에 3김씨들이 어부지리 출세도 했다. 충신도 애국열사도 사라지고 난 황성옛터에는 무궁화가 만발한 것이 아니었다. 일제가 원하던 그대로의 그 암흑 속에 핀, 어둠의 꽃의 하나가 씨족이기주의 족보병이다.

  대전은 족보 인쇄의 중심지였다. 한때 대전에서는 족보 출판으로 때 아닌 호황을 누릴 정도였고, 전국 최고의 출판고를 자랑할 지경이었다. 왜 대전에서, 왜 족보가 그렇게 많이 찍혔는가? 학술 서적도 아니고 학생들 책도 아닌 그것이, 그토록 많이 출판되었다는 것은 생각하면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수치스런 일이다. 도대체 생각이 없는 이기주의의 편협한 기현상이다. 그럴 돈이 있다면 장학금을 내던지 자선사업에 써야만 했다. 아니면 학술서적을 만들었어야 옳은 일이니, 심각하고 심각하게 되새겨 생각될 일이 분명하다.

  요즘에도 씨족이기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조국을 어떻게 사랑하고 공익을 위해 어떤 뜻 깊은 일을 했는가가, 가문 존중의 기준이 아니고 어떤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전통 족보에는 그 기준이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매관매직한 것이거나 부정한 것이라도 벼슬만 했다면 무조건 자랑하고, 특정 벼슬을 한 특정 어른을 앞에 내세우며 씨족 파벌에나 몰두하던 것이었다. 그것은 황실차원의 국보(國譜)를 넘보거나, 맞먹으려는 잘못된 의식으로 탄생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가보(家譜)나 따지며 나라를 분열시키고, 씨족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그러한 잘못된 의식을 갖고서, 그런 사고방식의 아류로 부르는 용어가 황실족보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된 미국을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오늘날에도 거의 모든 직종이 확실히 대물림되며, 사실상 철저한 계급체제로 인도 카스트 제도보다 더 숨 막히는, 계급독재 체제의 일본 같은 나쁜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가장 못된 전범 후손들이 대를 이어 악마노릇을 하며, 흉악한 전범 후손들이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일본 자민당 독재국가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 미국이라 일어난 것이다. 형편없는 사회적 배경에 맨 주먹 뿐인 오바마가 족보 자랑으로 대통령이 되었겠는가? 케냐 유학생의 풋사랑으로 얼결에 태어난 오바마로서, 그 아내도 흑인 노예의 후손이다. 하지만 오로지 인품과 능력 위주로 인간을 올바로 평가해주는 훌륭한 나라이기에 흑인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오늘의 대한황실은 족보가 중요한 것이 전혀 아니다. 역사의 본질 파악이 중요한 것이다. 종교, 씨족, 학벌, 지역을 뛰어 넘는 역사의 큰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심지어 강아지를 공천한다고 해도 그 동네 강아지를 대표로 뽑는 일제잔재병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을 확실하게 선출하는 미국민 같은 눈으로 보아야 대한황실의 미래가 제대로 보인다. 우리들의 눈은 아직도 부끄러운 추친일 시각으로 병들어 있다. 일제침략으로 사라진 민족의 구심점으로서의, 임금님을 보는 역사의 본질, 본질, 본질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오늘날에 황실족보를 새로 만든다는 흐름이 있는데, 그 흐름 자체가 생각하면 매우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겠다. 왜냐하면 도대체 역사의식이 없으니까, 족보를 만든다는 생각이 돌출하여 나오는 것이다. 어찌 작금의 참담한 황실 상태에서, 감히 족보를 새로 만든다는 황당한 발상이 나올 수 있는가? 결코 역사의식, 국가의식이 정당히 존재한다면 도저히 있기 어려운 발상이다. 현재로서는 감히 꺼낼 수도 없는 말이요, 분명한 오발탄이다.

  왜냐하면 그 무엇보다도 황실의 정통성 있는 뿌리를 말하려면, 일제침략 당국에다 그들 천황족보에 들어있는 대한황실 영왕의 존재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를 선행적으로 요구해야만 한다. 황실 차원에서는 항일전쟁이 전혀 끝나지 않았다. 영왕은 아직도 비참하게 역사적 볼모 상태로 있으며, 천황족보에 암담하게 치욕적인 인질로 잡혀 있다.

  대한황실은 아직도 참담한 상태 그대로로서, 황실독립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황실은 재기를 꿈꾸며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시상태, 전쟁상태가 변함없다. 처참한 단절 상태에서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전범 천황에게 그것을 준엄하게 문책하지 않고, 침략을 눈감아 주고서 어떻게 황실족보가 나올 수 있는가? 황실이 풍비박산 상태가 된 것을 온 민족이 잘 알고 있다. 일제침략의 최고 표적이 대한황실이었음도 온 겨레가 다 안다. 그런데도 지극히 처절한 피해를 입은 대한황실은 도대체 남의 이야기인가? 그 어떤 아픔도 없는가? 아픔이 없으니까, 그런 낯부끄러운 무엄한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감각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다.

  우리사회는 일제퇴출 이후에 영왕을 대한황통의 적통이라고 해 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침략국 천황족보에 편입된 영왕에 대한 논의가 틀림없이 꼭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침략황녀 방자에 대해 명쾌한 역사청산 뒤처리를 필수적으로 요구해야만 했다. 그러나 전혀 그 중대한 조치가 없었다. 그리고는 맹목적으로 영왕과 방자를 묵인해 왔으니, 그 역사적 무감각 무관심증을 보고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안중근, 윤봉길, 홍범도 장군은 왜 항일혈전을 폈는가? 신흥무관학교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달려갔던 많은 젊은이들을 벌써 잊었는가? 청산리 만주벌에서 독립군이 되어 싸운 애국열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웠던가?

  우리의 대한황통은 처참히 침략 당하고 끊기었으며, 여러 잔존 황족들은 사실상 떠도는 노숙자, 거지 같이 전락하여 참담하게 숨어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그 비참한 참혹상을 그대로 눈감고 외면하며, 치욕적인 침략황녀 방자를 마지막 황통 마마님이라며 떠받들었으니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전혀 할 말이 없는 이 상황이, 현대 대한황실의 한심한 현주소이다. 태조, 정종, 태종 임금님 같은 큰 어른들께서 생존해 계신다면 당장 참수형에 처할 방자를 묵인한 암울한 상태에서, 황실족보는 정말 이 상태로는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 황실족보는 결코 가정집의 평범한 가보(家譜)가 아니다.

  침략황녀 방자를 최소한 법적으로라도 단호하게 청산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아니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영왕을 단호하게 인정치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영왕을 그대로 인정하고 침략황녀 방자를 떠받들면서, 요즘 무작정 준국가 차원의 종묘대제를 거창하게 올리고 있다. 왜 종묘대제 때만 되면 일본인들 다수가 떼를 지어 찾아오는가를 따져 본 적도 거의 없다. 생각하면 너무나 맹목적이고 창피한 일이 분명하다.

  침략국 일본은 독도, 정신대는 물론이고 나라까지도 합법적으로 강점했다는 무뢰한 폭력배 왜구들이다. 특급전범 천황 이하 최악의 전범 후손들이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서, 야스꾸니 신사를 보란 듯이 참배하며 뻔뻔하게 활개를 치는 흉악무도한 전범국 일본은, 현재도 천황 족보에 영왕과 방자를 변함없이 등재해 놓았다. 합법적 황실침략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주 충격적이고 경악할 일이 있는데, 일본식으로 만든 이구 황태손의 묘소까지도 일본에다 만들어 놓고 일본 황족으로 제사까지 지내고 있다. 그 것은 과거의 얘기가 전혀 아니다. 초현대 시대인 오늘날 자행하는 현재진행형 침략이다. 생각하면 너무나 원색적 모습 그대로의, 전범국 악마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흉악하게 살아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전혀 상대방의 간교한 침략본성은 생각하지도 않고서, 이구 황태손의 양자를 억지로 무작정 이어 놓았다. 놀랍게도 이구 황태손이 별안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뒤에, 동거하던 일본 여인 아리다에게 이어 놓았다. 전범국 일본에게는 이구 황태손 변사사건을 포함한 총체적인 황통침략 전범행위에 대해 전혀 문책도 없었고, 아무 역사의식이 없이 무조건 이어 놓았다. 특급전범 천황을 단호하고 격렬하게 꾸짖고 응징해야 할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에, 현행범죄자인 천황의 충격적이고 경악할 이구 황태손 변사사건에는 그대로 눈감고, 최악의 현행범 천황에게 면죄부를 주듯 국가 차원의 배임행위 범죄를 저질렀으나 그것이 은폐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요, 침략자의 침략논리에 포로가 된 충격적 참혹지경이다.

  경악할 한국민 모독이요, 한국사를 조롱한 중대사건이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는 확실하게 재논의가 되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이구 황태손은 평범한 시정잡배가 아니다. 이구 황태손에게는 모든 일제 침탈 역사가 집중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대한 죽음을 소홀히 다루고 은폐한 책임은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그 놀라운 비밀은 만천하에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한황통사가 엉망이 되니까, 오늘날 종묘제향은 엄밀하게 말해 일본천황에게 제향을 올리는 것과 전혀 다름없다. 역사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정말 당혹스럽고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일제침략에 대해 대단히 고맙다는(?) 제향과 다를 것이 없다. 너무나 부끄럽고 치욕적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침략족보와 침략혈통을 그대로 이어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침략 황통이 그토록 고맙고 좋게 보였던가? 광무황제, 명성황후를 참혹하게 시해하면서 대한황통을 처참히 끊고 짓밟았으며, 100여년에 걸쳐 모든 것을 앗아간 뒤에 참담한 변사체로 발견된 이구 황태손의 죽음은 결코 눈감고 넘어갈 사소한 일이 절대 아니다. 철저하게 재수사를 요망한다. 특급전범 천황을 필두로, 모든 관련자는 확실히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난맥상 속에서 시행되는, 현재의 종묘대제는 결코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일본 천황에게 항의는커녕 고맙다는 제향을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니 종묘대제에 일본인들이 몰려오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황실족보를 만들려면 황실의 주체가 특정되어서, 실체를 분명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황실족보를 만들 주체가 사실상 모호하고 막연하다. 또한 객체 규명도 아주 불투명하다. 일제강점의 황실침략 상처가 너무나 깊고 크기 때문이다. 황실족보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처참하게 황실주체성이 붕괴된 현재 상태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신기루 족보가 될 개연성이 아주 크다. 아니 너무나 일제침략을 혹독하게 입어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더구나 황실독립전쟁 전시상태에서 도저히 잘 만들 여건이 불비하다.

  앞으로 대한황통의 재건은, 원점에서부터 근본적으로 확실하게 재논의가 되어야만 한다. 태조 고황제 이후부터의 모든 황통 가능성을 허심탄회하고 철저하게 재점검하여, 국민들이 황통재건을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일제침략의 악몽을 깨끗이 극복한 상쾌한 황통이라야 국민이 용납할 것이다. 그 중차대한 과제가 선행되고 전범천황을 확실하게 단죄한 뒤에야, 신황통을 세우는 선원 재건이 가능한 것이다. 무작정 족보 만들기에 앞서서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실상 경거망동이요 현대판 역적질이 아니라고 어떻게 변명할 방도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일부 소수가 일방적으로 만든 족보를 앞으로 누가 인정할 것인가? 국가차원의 공인을 받을 수가 전혀 없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자의적으로 만든다면 그 후유증을 수습하기도 어렵다. 국민들에게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며, 훗날 역사적 심판을 단호히 받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황실분란의 씨앗이나 만드는 것이 될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그렇게 돌출한 족보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여러 씨족들의 창피하고 부끄러운 족보들과 사실상 차별화되지도 않을 것이기에 더욱 난감하다.

  왜적이 물러가고 환갑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들의 침략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다. 곳곳에서 아직도 국가와 나랏님은 생각을 않고서, 씨족이기주의적 병마가 깊게 고질병을 만들고 있다. 비참하게 무너진 황실을 재건하겠다는 매운 마음은 물론, 역사도 없고, 나라도 없고, 오로지 사사로운 이기주의만 이어지는 부끄러운 가문도 있다. 처참히 무너진 황실의 본질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영왕과 방자 부부가 황실 정통이라는 어이없는 세상에서 세덕가나 부르겠다는 얕은 생각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참담한 상태에서 어찌 족보 타령이 나올 수 있는가?

  어즈버 사라진 임금님에 분노하고 통탄하며, 불충의 잘못을 자책하면서 가슴을 치던, 충성스런 독립운동 애국지사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어즈버 600년 황통의 힘차고 찬란했던 이 나라가, 어찌 이렇게 참괴한 지경에 까지 추락이 되었는가?

  종묘대제는 오늘날 국민의 제향인가? 곳곳의 임금님릉 제향은 도대체 누가 주체인가? 세계문화유산으로 까지 등재된 종묘대제, 임금님 제향은 실제로는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실제로는 자랑할 것이 거의 없다. 다수의 국민을 소외시키고 배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실질적으로는,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잊혀지고 외면된 것이다. 국민이 없는 나라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실상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족보현상과 같게 되고 말았다.

  온 겨레가 흔쾌하게 모시는 당당한 종묘대제가 너무나 아쉽다. 아니 아쉬운 줄도 모르는 무감각이 더욱 더 아쉽다. 황실이 무너져 만신창이가 된 현재 상태에서는, 자질구레한 옛 모습이나 절차에 연연할 것이 아니다. 차라리 비상시 제향체제가 더 옳다. 차라리 구국 궐기대회 제향 형태로 전환시켜야 한다. 단호한 항일전쟁 종묘대제로서의, 가상스런 씩씩한 자태를 세계만방에 당당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온 겨레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열화와 같이 호응하는 생생한 종묘대제가 될 것이다.

  온 세계 외교사절들을 종묘에 초대하고, 전범천황을 종묘 앞에서 단호하고 준엄하게 꾸짖어야 옳다. 천황의 천인공노할 죄악을 온 세계 언론 앞에서 단호하게 단죄해야 옳다. 그토록 이웃 나라를 생지옥으로 만들고도, 독일과 같이 반성하는 자세가 추호도 없는 전범국 일본을 당당하게 응징해야 한다. 죄 많은 천황이 종묘 앞에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 하며, 피눈물로 참회하고 사죄하게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안중근, 윤봉길, 이상설, 유인석, 홍범도, 김좌진, 이회영, 나철 등 위대한 독립영웅들을 거국적으로 현창하고 받드는, 전시 항일전쟁 종묘대제라야 한다. 차라리 만주벌 신흥무관학교의 비장하고 결의에 찬 졸업식 같아야 한다. 온 겨레, 온 나라가 한마음 한 뜻으로 단호하게 모시는 거룩한 종묘대제라야 한다. 온 겨레의 종묘대제라야만 살아있는 종묘대제가 된다.

  어찌 종묘대제가 ‘무형문화재’란 말인가? 어찌 죽은 문화라며 그 죽음을 인정하는가? 죽은 종묘를 만들려고, 피 흘리며 항일전쟁 독립운동을 했던가? 조상님들께서 감읍 감격하고 기뻐하실 종묘대제가 절실하게 아쉽다. 아마도 태조 고황제 폐하가 생존해 계신다면 펄펄 뛰며 분노할 골동품 종묘대제를, 무감각하게 거행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도 해 보았는가? 종묘가 왜 있는가? 종묘 존립의 기본정신이 너무나 아쉽다. 안중근, 윤봉길, 이상설, 유인석, 이회영 등의 여러 애국지사 혼백들께서 불 같이 진노할 일인데도, 그 감각조차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침략국 일본을 꾸짖는 것은 고사하고, 흡사 왜놈시대가 그대로 계승되는 듯 참담한 추친일 현실에서, 많은 국민이 외면한 허상의 제향으로 공허한 세덕가나 허공에다 부르는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골동품 제향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그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니 너무도 아쉽고 참괴할 뿐이다. 나라도 나랏님도 없고, 온 나라가 무작정 내 씨족만 잘났다는 세상이 별로 바뀐 것이 없다. 그 암담했던 옛날에서 사실상 변한 것이 없는데, 세덕가나 무조건 부르고 있다. 나랏님이 사라진 어둡고 암울한 추친일 세상에서, 잘났다는 기준도 없이 무조건 잘났다고 하는 족보들만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하늘의 태양이 사라졌는데, 족보가 있을 수 있는가? 일제침략으로 온 나라의 법도가 무너지고 헝클어진 난맥상에서 바뀐 것이 별로 없다. 그토록 본말이 전도된, 이런 참담한 국가적 상태에서 무작정 만들어진 선원보략이 무엇을 말해 줄 것인가? 그렇다. 망국에 눈물짓고 통곡하며 만주벌로 달려가던 항일독립군들의 매운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굶주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도 구국전선을 달리던 애국지사 선각자들은 도대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태양이 다시 뜨지 않는다면, 하늘이 다시 열리지 않는다면, 이 어둠의 난세에서는 종묘도 필요없다. 선원보략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아무 의미도 없는 골동품 세상일 뿐이다.’

「대한황실의 정통성 뿌리 찾기는,

아직도 신기루 상태에서 방황하며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