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칼럼 13

‘경기전’ ― 일제침략 최초의 조준사살

― 우리나라에도 메카, 바라나시, 예루살렘, 라싸 같은 최고성지가 있었다. ―

    인류의 삶은 상징의 삶이다. 어떤 사회나 그 사회를 구성하는 상징체계의 숲에서 삶이 이루어진다. 대한황실이 태어난 전주시에도 많은 상징체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전주시에는 너무나 중요한 최고 상징이 존재하고 있기에, 일제침략에 따른 상징교란이 극심했었다. 전주시는 그 후유증으로 인해, 현대시대에까지도 상징혼란 후유증을 심하게 앓아 왔다. 물론 우리사회 전체가 그러하지만 범위를 전주로 좁혀 볼 때에, 전주시민들은 아직도 일제침략 시대의 어두운 그늘에 젖은 생각을 하는 것이 적지 않다.

  전주시에서는 오랫동안 최고의 문화행사가 풍남제였었다. 그것은 전주시의 문화적 상징혼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왜냐하면 전주시에 있어서 풍남문은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전주시를 대표하는 제1의 상징이 될 수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일제침략자들은 우리나라를 침략하고서 전국의 모든 궁궐, 관아, 문화재, 산성 등을 파괴, 유린하는 극심한 만행을 전방위로 저질렀다. 요즘 그것을 능력이 닿는 대로 복원하고 있는데, 그 비용은 실로 천문학적이란 표현 그대로이다. 한도 없고 끝도 없을 정도로, 일제침략 피해가 너무나 크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파괴행위 가운데, 제1순위로 가장 먼저 짓밟은 것이 전주의 ‘경기전(京畿田)’이었다. 도대체 경기전이 무엇이길래, 첫 번째로 피해를 그토록 처참하게 입었는가?

  경기전은,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침략자들이 제1순위로 짓밟고 유린할 최고의 국가상징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를 강점한 침략자들이 최초로 없앨 것은 대한황실이니까, 대한황실이 태어난 거룩한 ‘땅’인 경기전을 무엇보다도 먼저 짓밟아 버렸다. 경기전은 그 만큼 중요하고 드높은 존재이다. 그리하여 서울의 5대궁궐보다도 앞서서 첫 번째 희생물이 되고 말았으니, 그 성스러운 성지(聖地)에다 무엄하고 무례하게도 초등학교를 지었다. 많은 사람들은 경희궁을 헐고 경성중학교를 세운 몹쓸 짓만 주로 탓하는데, 경기전은 그것에 앞선 최초의 일본침략 만행인데도 관심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일본이 그 땅에 초등학교를 만든다는 발상은, 우리나라의 명산 꼭대기마다 쇠못을 박아 우리땅의 기운을 짓밟는 몹쓸 짓을 했다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그것은 단순한 궁궐유적 파괴라는 침략행위를 넘어서 거룩한 땅인 전주를 몹쓸 땅으로 만들고, 우리 황실이 완전히 망해서 그들에게 흡수통합되길 바란 음흉한 침략의도였던 것이다. 최악의 침략의지를 뜻하는 지극히 지저분한 것이었다. 만약에 거꾸로 우리민족이 그들 천황 부부를 잔혹하게 죽여 버리고, 황궁을 헐어 초등학교를 만들었다면 오늘날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경기전에는 그리하여 긴 시간에 걸쳐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하면 일제침략의 최초 희생물로서, 그 이후 가장 긴 시간의 침략상처가 경기전 침탈이었는데 왜 그렇게 오래 오래 초등학교가 존재했었는가? 하지만 매우 기막힌 일인데 현대시대에 들어서도 그 모교를 사수한다고 학부모들이 이전을 반대하였으니, 거의 최근까지도 초등학교가 점령하고 있었다. 추친일 추태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우리 국민들도 사려깊고 수준높은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데서나 목청을 높혀서 불법시위를 하고, 아무 의견이나 무조건 강변해버리면 된다는 듯한 무모한 일이 최근까지도 경기전을 어둠으로 뒤덮고 있었다.

  전주시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상징인 경기전은,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와 맞먹는 최고의 상징물이다. 아니 경기전은 당시로는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가 확정되지 않은 때라 거의 독보적인 국가 상징물이었다. 그것은 당연히 서울에 있는 궁궐터보다도 더 거룩한 상징터전이다. 그러니까 일본이 최초로 짓밟은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로 하면 애국가를 오도하고 태극기를 없애는 것과 같은 엄청난 침탈행위이다. 그런데도 그 경기전을 능욕한 일본침략 그대로가, 최근까지 전주시에 존재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여기서 꼭 유의할 사안이 있다. 경기전에는 조선 태조의 어진(임금님 초상화)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이 만들어져 있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어진이 있어서 주요한 곳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경기전의 조선 태조 어진은 현재 남아있는 옛 임금님 어진에 있어서도 완벽한 국보급 어진으로 대단히 의미가 크다. 하지만 어진을 모신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대한황실이 태어난 성스러운 ‘땅’으로서의 경기전(京畿田)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문자 그대로 최고의 땅인 거룩한 성역(聖域)이기에 최고상징인 것이며, 너무나 존엄한 땅이기에 핵심 국가상징인 것이다. 태조의 어진도 그 땅이 거룩해서 그곳에 모신 것이다. 어진은 그 땅에 비하면 아주 부수적 개념이고, 이런 착각을 하는 것도 그 땅을 모독한 일제침략 후유증이다.

  경기전에는 요즘 아무나 마음대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때로는 엄숙한 마음도 없다. 경건한 자세가 없이 아무렇게나 들락날락 해도 된다. 그러나 경기전에는 예전에 심지어 흉악한 살인범 등의 중대 범죄자가 뛰어 들어가도 감히 들어가서 잡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성역 중에서도 가장 거룩한 성역이었다. 일제침략 당국이 그 성스러운 땅을 초등학교로 만들며 훼손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들이 초등학교를 만든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지엄한 성역 위에서 어린이들이 마구 뛰어놀게 만들었다가, 훗날 아예 경기전을 흔적도 없이 없애려는 전초 단계였다. 생각하면 가장 추잡하고 더러운 침략행위였는데, 그러다 중도에 패전으로 쫓겨가고 나니까 요즘에는 생각없이 막 들어가는 곳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이 깊고 바른 사람이라면, 오늘날에도 마음을 경건하게 가다듬고 조심하며 땅을 밟아야만 한다. 물론 복장을 단정히 하고 모자를 벗고서 옷깃을 여미며, 공손한 태도는 당연하고 고성방가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자랑스러운 민족사의 근본을 음미하고 독립정신을 되새기며, 지극하게 존중하는 몸가짐 마음가짐으로 들어가야 할 거룩한 곳이 분명하다.

  요즘에는 예전부터 우리민족이 가졌던 전통적 국가의식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전주땅이 일반적인 보통의 땅인 듯, 무감각해진 상태같이 되었다. 그것은 특히 일제침략의 가장 가슴 아픈 상처이며, 뼈에 사무치는 후유증이기도 하다. 일본은 침략강점의 만행을 저지를 때에 예부터 가졌던 우리민족의 귀중한 정신세계를 무참히 짓밟았는데, 그 가운데 최초로 짓밟은 곳을 드나드는 뭇 사람들의 무감각이 안쓰러울 뿐이다. 예전의 우리민족이 최고의 성지순례를 하는 특별한 곳에 해당했던 곳이 경기전이기에, 일제침략자들이 그렇게 짓밟은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도 성지가 있었나 하는, 어처구니 없는 마음까지 있을 수 있다.일본침략의 후유증은 이토록 큰 상처를 남겼다.

「경기전은 생각하면 회교도의 메카 순례, 힌두교도의 갠지스강, 불교도의 바라나시, 티베트인의 라싸, 기독교도의 예루살렘 등에 해당하는 아주 대단한 곳이었다.」

  아니 조선시대에는 그 보다 더 거룩한 곳이 분명했다. 예전에 조선 선비들이 전주를 찾는 것이, 회교도들이 메카 순례를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었을까? 현재도 남아 있는, 거대한 객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 당시의 호텔이었던 그 건물의 당당함에서 그것을 정확히 확인한다. 그런데도 그곳이 평범한 땅으로 망각시켜졌던 것이다. 그것을 말하는 가장 가슴 아픈 현상은, 가혹했던 경기전 탄압 후유증으로 전주사람들 조차 거의 최근까지 풍남문을 최고의 상징으로 오해해 왔던 것이다. 아니 일제당국은 한국인 전체에게서 경기전을 깨끗이 망각시켜 그렇게 허망하게 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일제침략 교육이 얼마나 혹독하고 확실했던가를 말하는 것이다. 하도 일제침략의 상징조작이 지독하였던 여파로, 우리민족에게는 성지라는 개념도 없는 것 같이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임금님과 임금님 문화는 철저히 부정하고 짓밟는 판에 성지라는 개념이 감히 어떻게 존재했겠는가? 아니 우리나라 전체를 일본인 천민촌인 ‘부락’이라고 낮춰놓고 최하층 ‘부락민’이 우리들이라며 짓밟고 모독했던 후유증으로, 우리사회에는 메카, 예루살렘, 라싸, 바라나시가 전혀 없었던 줄 알게 되었다. 성지? 그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아니 성지가 아닌 천민촌으로만 생각이 굳어 있었다.

  정말 아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민들은 최근까지 부끄러운 의식구조에 짓눌려 살았다. 그래서 전주땅을 성스러운 성지라면 아주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각이 마비되었다. 물론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전체가 그런 측면이 많지만, 그리하여 전주시에 풍남제가 대표적인 축제로 길게 이어졌었다. 경기전을 제1순위로 짓밟은 일제침략자들이 풍남문은 그대로 두었다면, 그 이유는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이 궁색하다. 그런데도 겉보기로 멋진 풍남문만 대단한 문화재라고 자랑하면 전주시를 상징한다고 본 추친일 의식은 그렇게 길게 길게 이어졌던 것이다. 전주시민들이 경기전을 잊고서 풍남문이 제1의 상징보물이라고 본 그것은, 생각하면 일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그대로가 생생하게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경기전이 그렇게 중요한 땅인지도 잘 몰랐다. 서울의 경희궁에 경성중학교를 세운 것을 탓하는 많은 사람들도, 경기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정도이다.

  생각하면 풍남문을 그대로 둔 것은, 경기전을 망각시키려고 한 호가호위 심리교란책으로의 간교함까지 엿보인다. 그들의 침략은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다. 예컨대 전라북도 서쪽의 유명한 사찰인 선운사 계곡에는 그 계곡을 따라서 수많은 암자, 사찰이 즐비하여, 지금의 도솔암까지 꽉 차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그대로 있었다면 중국의 돈황석굴, 용문석굴, 대동석굴에 맞먹고, 인도의 아잔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유적군에 해당할 정도의 세계적 문화유적일텐데 깨끗이 청소하듯 파괴했다. 일제침략학자들은 전라북도 전체를 일본화 시키려는 흑심으로, 전라북도 전체의 찬란했던 세계적 문화유적을 유감없이 짓밟았다. 우리민족의 모든 문화적 뿌리를 송두리째 뒤엎으며, 그 참담한 침략의 최초 최고 최대의 조준사살이 경기전 파괴 인멸이었다. 일제침략의 피해는 너무도 너무도 크고 참혹했다. 모든 것을 파괴했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갔고, 죽도록 일만 시켰다. 그러면서 끼니도 겨우 잇게 굶겼다. 또한 모질게 차별하고 때리고 인간 이하로 내몰았다. 지구상에서 이런 악독한 사례를 어디서 찾겠는가? 왕따, 그것은 이런 혹독한 사무라이 문화 병리현상으로 일본에만 있는 특수현상인데, 그것을 벗어나면 죽음이 따랐다. 경기전은, 그렇게 우리민족을 혹사시키며 참혹하게 망각되었다. 사무라이 조폭문화에 철저히 짓밟히며, 죽음 직전의 빈사상태 중환자였다.

  하지만 전주시에서는 요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극심했던 침략에서 깨어나, 이제는 경기전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닫게 된 것이다. 전주시에서는 그간 거창하게 풍남제가 전주시의 대표축제로 시행되었으나, 타지역의 축제에 비해 풍남문을 내세워서는 경쟁력이 낮다는 등의 생각으로 비빔밥 축제, 한지 축제, 영화제 등으로 분산하여 시행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풍남문의 상징성이 허약함에 따른 것으로서, 어쩌면 자연스런 흐름일 수도 있다. 그것은 또한 경기전과 같이 대단히 중요한 상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제침략 후유증 속에 풍남문을 강조하고 경기전을 망각한 것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자연스런 흐름이라고도 하겠다. 일제침략 상처는 이렇게 고쳐지고는 있는데, 아주 더디게 치유되고 있는 것이다. 그 지겹게 악독했던 침략으로, 우리를 그토록 ‘우물안 개구리 친일파’로 강요시키며 잘못되게 세뇌시켰던 것이 하루 아침에 쉽게 고쳐지겠는가?

  이런 흐름 속에 신기하게도 ‘경기전’을 강조하는 새로운 축제가 태동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경기전 잔치’는 거의 대부분의 전주시민들이 관심도 별로 없다. 아직은 축제라고 부르기도 딱하다. 일부 시민들이 소꿉장난 놀이를 하듯 십시일반으로 푼돈을 모아 시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우습지만 어찌 보면 현대판 문화독립운동을 하는 듯 결연한 자세이다. 전주시 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으로도 중요한 대단한 축제가 자연스레 탄생한 것은, 전주시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환영하고 기뻐할 엄청난 일이다. 특히 그것은 일제침략 문화정책을 극복하는 쾌거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것이 관심도가 낮고 소꿉놀이 수준이니, 아직도 일본의 악의적 침략의도는 생생히 살아있는 것이며, 전주시를 대표하는 강력한 상징을 아직도 망각하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일제침략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길은 멀고도 아득한 고행길이 분명하다. 그 참혹한 상처가 어찌 쉽게 아물겠는가?

  그간 경기전 잔치에 누가 참석했으며, 누가 후원하며, 어떻게 기획되고, 어떻게 진행이 되었나는 앞으로 명백히 점검되어야 한다. 그것은 전주시민들이, 더 나아가 우리민족 모두가 추친일 시민의식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가를 가늠해보는 주요 평가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전 잔치는 꾸준히 전국적인 관심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아니 민족의 큰 잔치로 발전될 것이다. 왜냐하면 전주시에서의 최고의 상징이 경기전이므로, 가장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에서 아무리 강조하고, 또 내세워도 부족함이 없는 드높은 최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아니 온 겨레가 박수칠 칭찬받을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건데 현대시대에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경기전 잔치는, 앞으로 대한황실 문화를 창달하는 ‘거국적 행사’로 진행되어야 옳다. 풍남문이 전주시 차원의 지방문화 상징이라면, 경기전은 국가 최고 차원의 제1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절의 풍남문 축제는 지방축제 수준이었지만, 경기전 잔치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임금님이 모셔지면 임금님을 직접 모셔서 치르고,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거의 독보적인 나라축제의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다. 국가 최고의 성지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사안은 그렇다고 여타의 축제를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풍남문 축제는 전주 지방문화를 강조하고, 반면에 경기전 잔치는 황실문화를 강조하며 모두 다 멋지게 활성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황실 발상지인 전주시는 그간 일제침략의 악몽 속에 너무나 망각되어 있었지만, 황실문화의 자랑스런 보물창고이다. 생각하면 1년 내내 매달 다양한 축제가 계속될 수 있고, 그 가운데 ‘경기전 잔치’는 우뚝 선 최고의 상징적 축제로 시행해야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나는 도시가 되어야 하겠다. 항상 찾아가면 항상 기분좋은 곳이 되게해야 한다.

「경기전 잔치는 올 가을에 3회째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은 처음이라 미약하지만, 갸륵한 일이라고 박수치며 칭찬해야 하겠다. 먼 훗날을 향한 뜻깊은 발걸음이 분명하다.」

  잊혀졌던 역사도시에 가까웠던 황실성지를, 살아있는 역사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약간만 기울여도, 전주시는 구름같이 관광객이 몰려오는 경이로운 곳이 되고 놀라운 자태를 뽐내게 변화될 것이다. 아니 약간만 더 관심을 쏟고 북돋우면, 머지않아 ‘세계문화유산’이 되고도 남을 대단한 곳이다. 우리들 모두가 그간 추친일 흐름에 눈이 흐려져서, 최고의 보물을 그토록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전주관광을 가보면 아직은 일제침략 후유증을 크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로 전주다운 독특함이 보다 아쉽고, 둘째로 성지순례를 하는 곳으로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며, 셋째로 항일전쟁을 완성하듯 황실유적 역사를 되찾으려는 뚜렷한 의지가 보다 강력하게 요망된다. 무언가 전주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도 온 나라가 새마을운동을 할 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온 국민의 마음의 고향이 되는 곳! 세계적인 황실유적으로서, 온 세계의 외국인이 찾아오는 곳! 와도 와도 또 오고 싶고,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고, 마음이 끝없이 끌리는 곳을 만들려는 착상은 결코 먼 곳에 있지는 않다.

  대한황실 성지 전주시는 이 시대에 나날이 빛나는 보물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일제침략의 먹구름이 가시면서, 전주시는 경주, 부여, 서울과 같은 드높은 역사 문화도시가 되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다른 어느 곳보다 생생하게, 옛 삶이 순수하게 그대로 살아있는 생활도시라는 점에서 돋보이는 곳이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크다. 이런 살아있는 보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면 온 겨레가 자랑할 문화유적 도시가 새로 개발되는 것과 같이 가슴 벅차게 감동스런 일이다. 일본인들이 망각시키고 망각시킨 보물을 이제야 찾는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꾸면, 마음 설레며 로마관광을 가듯 세계인이 찾게 할 수도 있다. 생각을 바꿔 보면, 전주는 동방의 색다른 로마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온 겨레에게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새로 모시며 뿌듯한 감동을 주듯이, 전혀 생각도 못하던 최고의 자랑거리 관광도시를 새로 선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뿌듯한 만족감에 자다가도 기뻐서 일어나 춤을 출 일이다. 일제퇴출 60여년만에, 이제야 정신적으로도 독립이 되는 홈런성 쾌거이다.

    「일제침략자들이 경기전을 잔혹하게 짓밟고, 전주시를 국민들의 뇌리에서 흔적도 없이 잊혀지며 떠나도록 했던, 침략 문화정책의 간교한 본모습을 직시해야 하겠다. 그것이 황실성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키는 핵심 열쇠이다. 그렇다! 단호하게 시작하는, 현대판 황실독립운동이 전주를 새로운 민족성지로 재탄생시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