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친왕의 정혼녀 '민갑완'에 관한 기사 한 토막 (동아일보, 1920년 4월 28일자)

1920년 4월 28일은 왕세자 이은과 일본 황실의 이본궁 방자(梨本宮 方子,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 왕녀의 가례 즉 결혼식이 있던 날이다. 장소는 일본 동경의 도리이사카 왕세자저였다. 당연히 그 무렵의 신문들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고, 이때에 대대적인 은사령(恩赦令, 사면령)도 내렸다.

(여기에 나오는 '왕세자'라는 호칭은 대한제국이 패망하면서 황제가 '이왕'으로 격하되면서 부수적으로 생겨난 결과물이다. 나중이 '왕세자'는 형님 이왕(즉 순종)이 세상을 떠면서 '이왕'의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그를 이왕이라고 호칭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나온 명칭이 '영친왕'이지만, 이것 역시 여러가지 면에서 올바른 용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한때나마 황태자였던 신분을 일컬어 그보다 격이 낮은 '영친왕'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는 것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공화정이 성립된 마당에 공연히 '황태자'라고 부른다는 것도 좀 그렇고...... 어쨌거나 여기에서는 애매하지만 일반적인 용법에 따라 잠정적으로 '영친왕'이라는 이름을 용인하는 관점을 유지하기로 한다.)

위에서 보듯이 <동아일보> 1920년 4월 28일자도 그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그 기사의 아래쪽에 좀 특별한 내용의 기사가 보인다. "왕세자 전하와 혼의(婚議)가 있던 상중(喪中)의 민규수(閔閨秀), 기념의 금지환은 도로 바치고 부친의 상중에 한없는 눈물뿐"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아는 사람은 대개 다 알지만, 영친왕의 정혼녀인 민갑완에 대한 내용이다. 경사스러운(?) 날에 초를 치듯(?) 옛 약혼녀에 대한 기사를 같은 지면에 배치한 속뜻이, 아마도 망국의 희생양이 된 어느 처녀에 서글픈 처지에 대한 속깊은 배려에 있었다기 보다는, 동아일보 측이 한 나라의 후계자가 될 뻔 했던 전직 황태자가 그 나라를 집어삼킨 나라의 여자와 결혼하게 된 사실 자체에 대한 반감이랄까 하는 것을 좀 표출해보려는 생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 바람에 '민규수'의 동태에 관한 소식은 아래와 같이 비교적 소상하게 수록되었고, 이로써 세상에는 민규수를 동정하는 생각들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왕세자전하의 가례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삼년 동안의 긴 세월을 끌어오더니 금 28일에는 동경 조거판 왕세자저에서 성대히 거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를 당하여 한가지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으니 그는 곧 지금부터 십○년전 세자전하께옵서 아홉살 되시던 해에 경성에서 약혼을 하셨실 듯한 의론이던 일이다. 당시에 이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