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라인의 주름치마를 입고 금빛 마차를 탄 여왕, 그녀를 호위하는 100명쯤은 되는 기마병들…. 영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영국 왕실의 모습이다.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 왕실. 부동산도 어마어마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소유로 주중에 머무는 런던의 버킹엄궁을 비롯해 주말 거처인 런던 근교의 윈저성, 여름휴가 장소로 이용되는 벨오럴성 등 궁궐과 많은 별장이 왕실 소유다. 여기에 궁궐 앞 드넓은 정원과 내부의 골동품과 고가구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런던 타워에 전시돼 있는 왕관과 보석들도 모두 왕실 소유다. 왕실의 재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현재 해묵은 군주제를 영국의 이미지로 고수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왕실이 영국의 전통과 힘, 권위의 상징으로 세계에 비치기 바란다. 실제로 왕족 중 한두 명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것은 대단한 선전효과를 거둔다. 또 왕실은 영국의 주요 관광 수입원이기도 하다.
이밖에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모나코 등 유럽 10개 나라도 입헌군주제다. 이들 나라는 영국과 달리 서민적인 왕실의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노르웨이 해럴드 5세가 ‘자동차 사용을 자제하자’는 성명을 발표한 다음날 스키를 메고 전철을 기다린다든지 스페인의 공주가 서민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렸다는 일화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한편 일본도 상징적 의미의 왕실을 계속 보존하고 있다. 1860년대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열강의 위협 속에서 서둘러 근대화를 이루려던 정권의 기획·집행자들은 일왕을 중심으로 한 국가 체제를 갖추었다. 즉 메이지 정부는 일본인들을 일왕의 신민으로 구성함으로써 혈통적 국민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왕을 ‘덴노(天王)’로 신격화해 이를 통치는 물론 종교 이데올로기로까지 삼았다. 일왕의 신격화는 곧 일본국민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통치 수단이었던 것. 1945년 일본의 패전과 함께 쇼와 일왕이 자신의 신격을 부정한 ‘인간선언’으로 신이 아닌 인간으로의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그리고 연합군은 일본을 점령한 후 일왕을 이용한 간접통치를 함으로써 일본에 민주주의를 성공리에 뿌리내리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46년 11월 일본 헌법은 ‘천왕은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그 지위는 주권을 갖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규정하
